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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식은 인간의 고통이란 고통은 모조리, 인간 번뇌는 깡그리, 인류의 비탄은 그대로 남김없이, 그러고도 모자라서 인간붙이의 고독·소외·가난 등을 마치 저인망 어선이 바다 밑을 훑어 내듯이 찾아 나서고 잡아내곤 한다. 최민식은 어쩌자고 인간 고통의 엄청난 수집, 어마어마한 채집에 마음 쓰고 드디어는 인간 고통의 대박물관을, 거대한 ‘아카이브(archive)’를 꾸려 내고 마침내 기념비를 세우게 된 것일까? 후세에 ‘인간 고통의 시각적 기념관’이라 이름 붙여질 게 틀림없을 사진 작품집을 최민식은 왜, 무엇 때문에 만들어 낸 것일까?
그것은 인간 고통의 원천에 멱 감고서야 되살아날 인간, 그래서 구원받을 인간에 부치는, 종교적이라고 해도 좋을 믿음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의 고통에 철(徹)하지 않고는 구원받을 수 없다. 그렇듯이 남들의 고통, 다른 인간붙이의 고통에 철하지 않고는 구원을 성취할 수가 없다. 최민식은 무엇보다도 이 점 때문에 인간 고뇌에 깊이 귀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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