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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우리 현대사의 얼굴을 보고자 한다면, 그 절망과 비극과 한의 형상을 똑바로 보고자 한다면 최민식 선생의 사진을 보면 된다. 그러면 당신이 누구이건 그 형상의 몸서리쳐질 것 같은 진실성 앞에서 잠시 섬뜩하다가 이내 고개 숙일 것이다. 당신이 누구이건 그 순간 당신은 당신의 이제는 부드럽고 뽀얀 피부 바로 아래 검고 거칠고 주름진 이 땅의 고단한 얼굴이 아직도 숨 쉬고 있음을 차마 부인할 수 없어 많이 아플 것이다.
그의 사진 속의 얼굴, 얼굴들……. 식민지의 얼굴, 8·15의 얼굴, 6·25의 얼굴, 4·19의 얼굴, 5·18의 얼굴……. 나아가 고통과 비극을 겪고 또 겪어 나가는 모든 인류의 아픈 얼굴들이 당신에게 이렇게 외치고 있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나를 보라! 이 얼굴을 보라! 나는 당신의 또 다른 모습, 당신의 어두운 그림자, 지울 수 없는, 죽어도 지울 수 없는 당신의 또 다른 얼굴이다. 나를 보라! 이 사람을 보라! 이 무섭도록 아름다운, 아름답도록 무서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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