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노동부는 청년들의 자생적인 노력으로 조직되고 만들어진 노동조합인 ‘청년유니온’이 제출한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반려했다고 밝혔다…….

 

 

반려 이유를 들어보면

 

 

1. ‘청년들의 정치, 경제, 사회적 지위 향상’이나 ‘취업준비생과 실업상태 청년 노동자의 조직화‘등과 같은 문구를 포함한 노조 강령이 정치운동의 목적을 두었기 때문…….

2. 설립신고서에 등록된 천체 조합원 80여명의 노동자 여부를 분석해보니 특정 사업장에 소속된 실제 노동자는 12명에 불과하다는 점

 

 

정치운동과 노동조합 본연의 의무가 불명확하다는 이유가 반려이유라고 설명하는 노동부의 입장을 보면서 허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실업과 빈곤의 위기에 놓인 청년들이 자신들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며 다양한 토론과 논의를 통해 만들어 진 노조였기에 내심 이들을 응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노동운동이 위기에 빠졌다는 진단이 곳곳에서 들려오는 상황 속에서 이들이 신선한 바람이 되지 않을까 생각되었기에 이번 노조설립반려는 노동운동에 대한 노동부의 명백한 노조탄압이다.

 

 

정부는 실업과 빈곤에 직면한 청년문제에 대한 해결방안과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정리해고와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강제하면서 비정규직 양산을 통해 현재의 경제위기를 돌파하려고 한다. 그래서 젊은 세대들이 만든 청년유니온은 정부가 방치한 청년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고자 만들었다. 정부가 규정한 청년유니온의 정치운동이라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청년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청년유니온의 의지의 표현이다. 애초에 청년노동자에게 어떤 높은 지위나 안정 따윈 없었기에 이들의 요구와 주장은 빈곤과 노동권, 생존권 등 우리 삶과 직결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노동조합이라는 것이 바로 이러한 노동자들의 삶을 위기로 몰아넣을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해 함께 대응하며 삶을 안정과 행복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이것이 노조 본연의 임무가 아니라고 노동부는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노동부의 설립반려의 첫 번째 이유는 노동부가 노조를 부정적으로 생각하면서 기업 친화적 노조만 노조로 인정하고자 한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것이다.

 

 

청년들의 사회적 지위 향상과 노동권의 사각지대라고 볼 수 있는 취업준비생과 실업 상태의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호하고 만들어가는 것을 정치운동이라고 보는 노동부의 시각은 애초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을 거부하고자 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 정도이다. 실제로 노조 자체를 부정하고 탄압하는 정부의 이유는 대부분 노조의 정치운동이었다. 정치운동이라는 것이 참 부정확한 말인데, 정부는 노동자가 자기권리(해고의 위협 없이 노동할 수 있는 권리, 저임금/고강도 노동을 거부할 권리 등)를 주장하는 것을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를 탄압할 구실로 노조의 정치운동금지조항을 이용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노동부는 노동자의 자유로운 주장과 행동을 억압하고 있다. 진정 현재 남한사회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부각되고 있는 청년노동의 문제를 해결할 의지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탄압의 날을 더욱 세우고 노동자들에게 겨누고 있는 것이다.

 

 

‘청년유니온’의 노조설립신고서에 사업장에 소속된 실제 노동자가 12명에 불과한 이유를 들어보면 남한사회에 노동자의 상황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노동부에서 요구한 서류에는 사업장 주소, 연락처, 사업주 성명 등 일반 아르바이트와 불안정노동을 하는 노동자들을 보호 받지 못하게 되어 있다. 지금도 아르바이트 사업장의 경우 갖은 욕설과 폭력/저임금에 노출되어 있고 해고가 자유로운 상황이다. 그런데 노동부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보다는 신고된 조합원들의 사업장에 확인 작업까지 진행하여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을 막고 있다. 이 와중에 조합원들 중 양해를 얻어 가능한 노동자들의 명단만을 보낸 것이라고 ‘청년유니온’측은 전하고 있다. 결국 노동부의 두 번째 반려이유도 이 땅의 노동자가 노조의 얼마나 가입하기 힘들고 비정규/불안정노동자들이 노동하기에 얼마나 열악한 조건인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대표적인 예가 될 수 있다.

 

 

불안정/비정규 노동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여 조직된 노동조합 ‘청년유니온’ 그들은 더 이상 자신들의 문제를 누군가가 대신 해결해주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도 현장에서 눈물과 짠물을 먹어가며 일하는 아르바이트노동자(여름에 햄버거패스트푸드점 그릴에서 러시타임에 고기패티를 구워본 사람이라면 이 말이 거짓말이 아닐 것이라는 것을 알 것이다.)와 비정규/불안정노동자들의 연대를 통한 권리확보에 나선 ‘청년유니온’ 첫 단추부터 노동부는 제동을 걸고 있다. 그럼에도 굴하지 않고 청년노동자들의 권익향상을 위해 정정당당히 물러섬 없이 나아가겠다는 ‘청년유니온’을 보며 앞으로의 험난한 길도 연대와 단결의 힘으로 잘 헤쳐 나갈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노동부는 자신들의 치부만을 더욱 드러내는 노조반려와 탄압을 중단하고 청년실업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겠다는 ‘청년유니온’을 도와 불안정/비정규노동자들의 땀과 눈물을 닦아줘야 할 것이다. 그것이 바로 노동부의 역할이다. 책상에 앉아서 노동자들의 감시하는 것이 노동부의 일이 아니라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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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3 17:09 2010/03/23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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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치즈 2010/03/24 10:03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역시 썰은 피를 토하는 듯한, 분노의 글이 어울려. ^^; 평인련 소식지에 이 글 실어도 괜찮겠다~

  2. 설영 2010/03/24 10:55  address  modify / delete  reply

    ㅠㅠ 소식지에 실을 수 있어도 정말 좋겠다...암튼 이번에 안 사실은
    노조설립은 허가제가 아니라 신고제였던거야...ㅅㅍ 지난번 공무원노조도 그렇고
    난 허가제인 줄 알았어..허가제인 줄 알고도 열 받았는데...신고제였다면 이건
    머 쓰러지것다..ㅠㅠ 신고만 받음 되지 지들이 감놔라배놔라야...와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