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시나  여기까지도 저 소리들이 들리는 구나. 개강하자마자 점심 시간마다 후문에 섰는 응원단원들을 볼 때마다 짜증이 치솟았지만, 막상 오늘의 풍경은 그리 불쾌하지는 않았다. 낯선 타인들이 서로 인사 하고 웃음을 나누며 그 순간만큼은 정말로 하나된 것 같은 느낌- 분명 아름다운 시간이다. (비유적으로) 하나의 광장에 나와 마음껏 몸을 흔들고 거리에 자신을 맡기는 그 쾌감은 나 또한 경험해봤기 때문에 충분히 안다. 그렇지만 축제가 이래서야, 이것만으로 되겠는가, 하는 생각이 드는 것도 어쩔 수 없다.다른 문제는 차치하고라도 일 년 중 가장 큰 잔치라는 대학 축제가 겨우 하룻밤의 신명으로 끝난다는 일이 얼마나 허무한가.  꼭 I♡대학 따위가 쓰인 셔츠를 입고, 학교 찬가를 부르지 않아도 흥이 날 수 있는 방식이 많을 텐데. 그리고 교우회에서 '쏘기' 시작한 이후 양껏 나오는 안주들, 그리고 버려지는 음식들을 생각해도 마음이 착잡하다. 이렇게 말하는 본인도 여기저기서 음식들을 남기고 일어섰지만... 휴. 그냥 피곤해.

 

 2.  나는 이제껏 참 쉬운 운동을 해왔던 것 같다. 차려진 밥상을 앞에 두고 수저를 드는 일은 수저가 좀 무겁든지 어떠든지 어쨌든 매뉴얼대로의 일이니까. 이런 식의 마음으로는 이제 안되겠다는 위기감이 무거워진다. 아무리 여기저기를 기웃거려 본대도 내 마음에 꼭 맞는 공간이 어디 있겠으며, 그것을 찾으려고 하는 짓도 기실 우습다. 기대했던 만큼 많이 실망하고 돌아왔지만, 한 사람의 힘이란 생각보다 큰 법이라 어디서든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많은 가능성들이 열릴 수 있다는 쉬운 이야기를 나는 이제라도 진심으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일까. 새로운 공간을 만드는 것도 선택사항 중의 하나가 될 수 있을 테고. 

 

3. 스스로에게 가장 절실하고 커다란 문제에 대해서는 언제나 홀로 쓸쓸하게 앉아 생각하고 외로움에 젖어들 수밖에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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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06 23:21 2008/09/06 2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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