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경한 이후로 매일같이 재미있고 우스운 꿈을 꾼다. 내 꿈은 무의식은 무슨, 해독하고 말고 할 것도 없이 의식 속에서 고민하는 것들을 참 정직하게 드러내곤 한다.

 

  나는  '혼자 운동하기'라는 주제의 영상을 찍어야 했다. 어디에 누구를 위해 제출해야 하는지도 모르지만 어쨌든 기한은 이틀, 나는 아무 기획도 고안하지 못한 채 하루를 날렸다. 다른 이들은 모두 만들었다. 달리기, 철봉 등 지금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여러 종류의 운동을 하고 있는 한 사람을 담아낸 화면을 보며 나는 속으로 평범하다고 다 어쩜 이렇게 무난할까 생각했다. 정작 아무 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 자신에 대해서는 그만큼 혹독하게 판단하지 않았다. 그것은 무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겁을 내고 있음을, 남들보다 더 나은, 뛰어나다고 평가받을 만한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 두려워서 손도 대지 못하는 것도 알고 있었다. 못난 자신을 보며 괴로워하는데 번쩍, 하고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운동을 스포츠가 아니라 움직임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화면 속 주인공은 사람만이 아니라 온갖 것들이 될 수 있었다. 꿈 속에서 나는 정말 좋은 생각이라고, 이거면 대박이라고 스스로를 추켜 올렸다. 영상을 제출해야 하는 마감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고 마음이 다급해졌다. 오프닝은 흔들리는 괘종시계 추, 그 다음은 바람에 살랑거리는 풀잎, 다음으로 다른 무언가를 찍어려던 순간에 아마 동생의 방해-_-;로 짜증을 내다가 깼다.

 

  영상, 망설임, 운동, 확장, 두려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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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22:05 2008/09/2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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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횬종
    2008/09/30 03:10 Delete Reply Permalink

    번쩍, 생각나다니 굉장하다. 난 '작품'이라 부를 수 있는 걸 만들지 못할까봐 고민하고, 욕심부리다 멈추는 일이 태반이야. 꿈에서라도 극복하면 좋겠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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