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는 서울에 도착하고 차창 밖으로 익숙한 풍경이 지나치는데 갑자기 숨이 막혔다. 간척이, 갯벌이, 농발게가, 망둥어가… 그런 문제가 아니구나. 이미 온 대지를 콘크리트니 아스팔트니 하는 것들이 뒤덮었던 걸, 아주 오래 전부터 우리가 숨통을 틀어막고 온 것이 무엇이던가. 바다를 메우고 땅을 파헤치는 것만이 파괴가 아닌데, 내가 이미 거대하고도 뿌리깊어 도저히 제거할 수 없는 착취 위에 서있음이, 정말 어쩔 수 없이 어쩔 수 없음이 새삼 마음을 후벼팠다.

   그렇다면 간척이니 대운하니 해봐야 겨우 사소한 호들갑일 뿐이지만, 그 생각이 될대로 되라로 귀결될 것은 아니다. 새만금과 대운하, 평택과 군산- 힘 있는 사람의 참으로 손쉬운 논리에 희생당하는 생명들은 모두 닮아 있다. 이 이상의 쓰린 추억은 정말이지 만들고 싶지 않은데. 사람이 역사를 배우는 것은 과거의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라고 간단하게 말하잖아. 죽어버린 새만금은 역사로서만, 살아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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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1 22:57 2008/09/21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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