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을 먹을 때 하숙집 아주머니가 즐겨보는 아침마당을 나도 보게 된다. 오늘은 낯익은 남자 배우가 나왔다. 낯이 익지만 어느 작품에서 본 지는 오래된 노년에 가까워 가는 남자. 6.25를  겪었으면 노년에 가까워가는 게 아니라 이미 노년이구나. 무튼, 그가 게스트였고 이야기를 쭉 하다가 껄껄껄 웃으며 이야기를 이었던 순간이 있었다.

 

"허허허, 껄껄껄.. 그러니까 우리 아버지도 6.25 때 돌아가시고, 형도 의용군으로 끌려가고. 하하하하."

 

  이런 식으로 말이지.

 

  얼마 전, 얼마 전은 아니고 수 개월 전에 누군가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눈물이 부끄러워 헛웃음을 지으며 시간이 많이 지나서, 이젠 아무렇지도 않은데, 이젠 진짜 내게 중요한 일이 아닌데... 자꾸 그렇게 변명하였던 적이 있었다. 변명이 아니라 정말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렇지만 오늘 사랑하는 이의 죽음을 호탕하게 웃으면서 담담하게 입에 담는 남자의 모습을 보면서... 세월의 문제, 나는 절대 따라잡을 수 없는 일이라 사소해지는 나의 문제들, 작아지는 나를 느끼면서 또 질투가 났다. 그냥 간단히 말하면 감동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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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07 00:57 2009/04/07 00: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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