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화장실에 갔다. 딱히 볼 일이 있던 건 아니다. 세면대 거울 앞에 멀뚱히 서 있다가 괜히 손을 씻어 보는데 남자가 들어왔다. 그가 나를 비난하지 않아서 한 템포 지나고서야 아차, 하여 봤더니 역시나였다. 꽤 오랜만이다. 한창 땐 한달에 세 번 간 적도 있다. 여자 화장실에는 한달에 이백 번도 넘게 갈 테니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지만...

 

  나는 왜 남자 화장실에 가는가? 

 

  남자 화장실에 대해 호기심이 없지 않음은 고백해야겠다. 남자들은 소변을 보면서 실제로 서로의 성기를 볼 수 있는가? 어떤 남자에게 물었던 적이 있다. 정말 그래? 말이 끝나자마자 둘다 미친듯이 웃었던 기억은 나는데 그 답을 들었는지 안 들었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그치만 그 외에는 별로 궁금한 점이 없고 이건 내가 남자 화장실에 들어가더라도 확인할 수 없는 질문이다. 
 

  남자 화장실에 들어갔다 나올 때마다 내 무의식에 변태적인 욕망이 있나 생각하게 된다. 정신 나간 상태에서 어떤 일도 저지를 수야 있지만, 같은 실수가 반복되니 나를 의심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렇지만 대체 남자 화장실의 어느 구석이 섹슈얼하길래? 그 반대라면 모를까. 정말 모르겠다. 난 결백하다.

 

  누가 그러길 바란다는 것처럼 나도 중성이고 싶어서? 이런 글을 쓰고 싶어서?

 

  화장실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집 밖의 화장실을 쓸 때마다 항상 신기하게 생각하는 게 있다. 얇은 문 하나를 사이에 두고 한편에선 똥오줌을 싸고, 한편에선 청결을 강조하며 손을 씻거나 양치를 하는 걸 사람들은 어쩜 이리도 자연스럽게 받아들일까? 요샌 어디나 그렇지만 깨끗하고 세련된 곳일수록 그 경계가 더 우스꽝스럽다. 똥오줌통을 바로 곁에 두고서 화사한 표정들을 짓고 있다니. 똥오줌이 정말 더럽다고 생각한다면 옛 집의 뒷간처럼 아예 멀리 떨어뜨려 놓던가 질색하지들을 말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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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10 16:14 2010/03/1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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