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미국,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과 위조방지통상협정
9월 26일과 28일 각각 미국 연방의회 상원과 하원은 지적재산권 보호를 위한 법집행과 손해보상 내용을 강화하는 새 법안을 통과시켰다.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The Prioritizing Resources and Organization for Intellectual Property Act of 2007 [PRO-IP Act of 2007])’이라고 불리는 이 법안은 특히 지적재산권의 위조에 관해 추가적인 법집행 노력을 부과하고 있다. 여기서 가장 큰 논란거리가 되고 있는 것은 이 법안의 중점 내용이 근본적으로 지적재산권법 집행의 범위를 재산권 보호라는 이름 아래 지적재산권 소유 기업의 사적 이해의 범위와 더욱 일치시키고 있다는 점에 있다. 이러한 새로운 국내 지적재산권 규제 체제의 수립은 최근 국제적 차원의 지적재산권 보호체제 수립 과정이라 할 수 있는 ‘위조방지통상협정(Anti-Counterfeiting Trade Agreement, ACTA)’과 그 궤를 함께 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로우면서도 상당히 논쟁적이다. 왜냐 하면 위조방지통상협정 역시 지적재산권 문제와 관련하여 그 초점을 지적재산권 위반사례에 대한 제제에 맞추고 이를 초국적 콘텐츠 기업의 이윤추구활동을 적극적으로 보장하는데 있기 때문이다. 아래에서는 먼저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과 위조방지통상협정의 주요 내용을 검토하고 각각의 보다 구체적 연관성과 그 연관성의 문제점들을 다루어 본다.
지적재산권 보호체제를 위한 조건들
비영리 시민단체인 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의 문제는 법 집행의 취지와 그 적용대상의 범위가 지나치게 어긋나 있다는 것이다. 여러 차례 강조되어 왔던 것처럼, 지적재산권에 대한 미국 헌법의 취지는 지적 생산물에 대해 공공이 그 사회적 책임성을 다한다는 데 있다. 지적재산의 창작자가 지속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도록 경제적 보상을 보장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이러한 의의 아래, 지적재산권을 위반하는 사람에게, 지적재산권법은 해당 위반사례가 지적재산권자의 경제적 권리뿐만 아니라 그 지적재산을 활용하여 문화활동을 이루는 공공의 자유로운 의사 표현을 부당하게 간섭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것이 지적재산권법의 목표여야 한다.
하지만 이번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은 그 발의 초기부터 위와 같은 지적재산권법의 헌법적 의의를 법집행의 효율성 수준에서 이해하고 있었다. 가령, 하원에서 토의되었던 초기 법안 내용들은 대개 지적재산권 위반 사례에 대하여 손해배상의 수준과 범위를 확대하는 데에 그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다. 그리하여 이 초기 입안들은 올 초 대거 폐기되는 결과를 낳았다. 상원에서 토의되었던 초기 입안들 역시 법무부 장관에게 지적재산권 위반사례들에 대해 통제 권한을 과다하게 부여하는 것으로 논란이 되었었다. 그러나 이미 현행 지적재산권 체제 아래 과도한 벌금의 부과 자체가 의미하는 것은 국가권력의 집행을 줄이기 위한 하나의 방법(물론 그 자체가 지적재산권 자체의 사유화를 촉진시키도 했다는 점이 중요하지만)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었다.
이와 같은 논쟁적인 내용들이 삭제되었다 하더라도,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 자체의 문제는 여전히 논쟁적이다. 첫째, 특히 이 법안은 지적재산권의 사적위조(기업적 이윤추구 활동이 반드시 아니더라도) 의심 사례의 경우 그 의심 대상으로 간주되는 재산 전체에 대한 압류를 규정하고 있다. 가령, 어떤 개인이 한 영화의 DVD를 불법으로 복제하여 인터넷 상 어떤 서버의 공간에 저장해 놓고 있는 경우,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은 해당 의심 복제물뿐만 아니라 저장 공간을 제공하고 있는 서버 자체를 압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만일 이것이 특정한 정치적 목적 혹은 문화적 논쟁으로 야기된 사례들에 적용될 경우, 공공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은 상당히 제한될 수 있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둘째, 이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은 ‘대통령 직속의 지적재산권 실행 조정관(Intellectual Property Enforcement Coordinator in the Executive Office of the President)'을 설치할 것을 규정하고 있다. 문제는 이 조정관의 임무가 무엇이느냐에 있다.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에 따르면, 지적재산권 실행 조정관은 지적재산권 침해 사범에 대해 전략적인 구상을 입안하고 이를 관련 단체와 협의하며, 지적재산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기금을 구성하는 데에 있다. 게다가 각 정부기관이 이러한 기금을 받기 위해서는 지적재산권 관련 직원과 부서를 확충 혹은 확립해야 한다. 이러한 점에서 볼 때, 이미 지적재산권을 감독하는 기관이 다수, 중첩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이상, 이 조정관의 임무 수행의 목표는 정치적으로 상당히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셋째,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은 실행 조정관을 통해서 지적재산의 위조방지를 위한 국내적 뿐만 아니라 국제적 규제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고, 나아가 이를 위해 정부와 사적 영역 간의 적극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하려 한다는 점이다. 지적재산의 불법적인 생산과 유통, 소비를 방지하기 위한 어떤 합당한 정부-사적영역의 협력도 지지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포함되는 사적 영역의 범위가 어디까지인지가 상당히 모호하다.실제로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은 시민단체의 참여에 관해 분명하게 규정하고 있지 않다. 게다가사적 영역의 범위가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같은 거대 지적재산 소유기업에 제한될 경우 이는 더더욱 많은 우려를 나을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이러한 우려가 현실로 나타나는 제도적 구축이 바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 위조방지통상협정(ACTA)이다.
위조방지통상협정과 지적재산권 개념의 변화
위조방지통상협정이란 현재 진행 중인 지적재산권에 관해 국제적 협력 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통상’협정을 말한다. 미국과 유럽연합이 주도하고 여기에, 일본, 한국, 캐나다, 멕시코,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 등이 참여하고 있다. 현재 지적재산권에 관한 국제적 정의를 내리고 이를 각 나라별, 지역별 지적재산의 다양한 목적들을 조정하는 노력으로서 주목할 만한 것은 여러 번 다루어졌던 세계지적재산권기구(World Intellectual Property Organization, WIPO)이다. 위조방지통상협정이 이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서 다루어지고 있는 지적재산권의 논제들과 구별될 수 있는 가장 특이한 점은 바로 지적재산권 문제를 ‘통상’ 문제로 접근하고 이에 관한 국제적 협력체제를 만들려고 한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적재산권을 통상문제로 다룬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먼저, 지적재산권 문제를 토론하는 주체가 각 개별 국가 혹은 지역의 통상대표라는 점이다. 통상의 문제는 그야 말로 국경의 제한을 넘어서 지적재산권 문제에 대한 초국적 실행체제를 만드는 것과 함께 그 실행체제의 주요 이슈를 ‘이윤 활동’의 효율성에 맞춘다는 것을 뜻한다. 최근, 중국과 러시아 등지로부터 할리우드 영화의 DVD 불법 복제물 유통의 대다수가 시작하고 있는데, 이에 관한 현재의 저작권 체제의 관점 아래에서 가장 효율적인 규제 수단은 지적재산권한의 손해 범위를 분명히 규정하고 이를 이윤활동의 내용 속에 포함시키는 것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은 국가 간 ‘실행체제’를 구축하는 것이다.
이러한 실행체제는 나아가 개별 국가가 자신의 문화적,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특수성에 기반하여 두고 있는 지적재산권 체제를 보완하는 것을 넘어서 그 국제적 실행체제의 규준에 맞추도록 강제할 수 있다. 가령 미국과 한국 간의 소고기 수입 실행 합의가 한국 국내의 식품 유통의 위생조건에 관한 법률 내용을 조정하는 것과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위조방지통상협정의 경우 논란이 되는 것은 설령 그 국제적 합의 규준을 마련했다 할 지라도, 그것이 미국 국내의 지적재산권 체제가 갖는 문제점들, 즉 초기업적 상업화나 위에서 다루었던 자유로운 의사표현에 대한 위헌적 제한 등의 문제들을 도외시 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쟁점이다.
정책은 그 실행의 투명성에 가장 큰 효율성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공공의 동의와 참여를 이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놓여져야 하는데, 현재 미국 정부가 추진하는 지적재산권 우선화 법안을 통한 국내의 저작권체제 전환과 위조방지통상협정을 통한 국제적 실행 규준의 마련이 그 투명성을 흐리게 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가 될 수 있다. 여기에 더하여 최근 유출된 위조방지통상협정 당시의 토론 자료에 따르면, 거대 컨텐츠 기업의 로비스트들의 참여를 통상협정의 주요 골간으로 마련하고, 이것을 불법복제물 유통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감시 통제 채널로 마련하고, 나아가 저작권자가 승인하지 않는 컨텐츠에 대한 어떤 유통 및 교환 행위도(그것이 비영리 목적이든 상관없이) 국제적인 불법행위로 간주하여 처벌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렇듯 지적재산권의 지배적(governing) 문제를 기업적 활동과만 연결시켜 규제하는 정책은 지적재산권을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 활동 자체가 그 자체로 무한할 수 있다는 주장을 만든다. 그러나 이 주장은 커다란 문제를 안고 있다. 왜냐하면, 지적재산권을 통해 기업이 이윤추구활동을 정당화시킬 수 있는 근본적인 이유는 지적재산권법 자체가 이미 지적재산의 소유권자의 권리뿐만 아니라 지적재산의 활용자에게 지적재산권에 대한 경제적 혹은 비경제적(가령, 원작자에게 크레딧을 주는 것) 보상(가령, 구입, 허가, 혹은 면제) 만들게 한다는 데에 있다. 이는 이미 20년 전에 소니-베타맥스 판결에서 미국 대법원이 소비자가 ‘타임 쉬프팅’ 목적으로 만드는 가정 내 텔레비전 녹화를 불법이 아니라고 판결한 것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내용이다. 하지만 거대 콘텐츠 기업들은 이러한 지적재산권법의 근본 원리를 언제나 잊고 싶어 하는 듯하다. 최근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RealDVD를 저작권 위반혐의로 고소하였다. 이 소프트웨어는 디지털저작권보호 시스템을 포함한 DVD의 내용을 복제하도록 해주는데, 할리우드 스튜디오들은 저작물의 복사물 권리가 저작권 소유자만의 배타적 권리라는 해석을 달고 있는 셈이다.
재산권을 통해서 지적 생산물이 정의된 것은 태고부터가 아니다. 서구에서 재산권을 통해서 국가권력의 시민사회에 대한 간섭과 개입을 최소하려는 노력으로부터 지적재산권의 개념이 만들어져 왔다는 사실이 시사하는 바는, 재산권의 개념을 지적 생산물을 유통과 활용을 정의하는, 소위 신이 내린 것과 같은 기준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화활동의 자율성을 어떻게 확보하고 그것을 공공성의 문제와 어떻게 연결시켜 내는가의 문제를 전달하는 데에 있다고 본다. 이러한 시사성이 문화산업의 논리에서 어떻게 설득력을 갖을 수 있을지에 관한 질문은 당연히 일반 이용자들의 몫이다.
◦ 참고 :
- David Sohn, “Intellectual Property Enforcement Legislation Heads to the President,” , October 1, 2008.
◦ 작성 : 성민규(미국 아이오와 대학교 커뮤니케이션 스터디즈학과
박사과정, MinkyuSung@gmail.com)
댓글 목록
붉은수염
관리 메뉴
본문
상대하기 귀찮아...부가 정보
평발
관리 메뉴
본문
다행이군. 나도 긴글써야 할까봐 걱정했는데...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