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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TO 반대를 왜 하는가. #2

3) 도하개발의제, 무엇이 논의되나?

·농업협정(AoA)
지난 10여 년 동안, IMF와 세계은행은 주변·반주변 국에 차관을 지급하며 그 조건의 일환으로 농산물에 대한 무역 장벽을 낮추고 국내 식량생산에 대한 정부보조금을 감축하고, 농업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각종 프로그램들을 제거하도록 했다. 이와 유사하게 도하개발의제 농업협정은 관세를 대폭 낮추고, 수출보조금을 폐지하도록 하며, 추곡수매제와 같은 국내보조를 감축하는 것을 협상의 3대 목표로 내걸고 있다. 그러나 주요 농업 수출국인 미국은 이러한 원칙을 주장하면서도 자국 내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에 대해서는 생산비용을 낮추는 보조금을 확대하는 등 식량 수출 확대를 위한 정책을 구사하고 있다. 이러한 조처는 미국을 비롯한 초국적 식량생산 기업을 기반으로 하는 농산물 수출국들로 하여금, 과잉 생산된 식량을 생산비 이하의 가격으로 덤핑하여 주변·반주변 국의 농촌을 기반으로 한 소규모 식량 생산을 붕괴시키도록 하고, 전 세계 민중들의 식량 소비에 대한 통제권을 강화하는 것을 가능하게 만들고 있다. 그러나 관세를 얼마나 낮출 것인지, 수출 보조금과 국내보조금을 어느 정도 기간을 두고 폐지할 것인지는 여전히 농산물 수출국과 수입국 사이에서 합의가 모아지지 않고 있다.

·서비스협정 (GATS)
서비스협정은 교육, 보건의료, 에너지공급, 상수도공급, 통신, 금융서비스, 시청각서비스, 법률서비스, 건설, 유통, 환경 등 모든 형태의 서비스를 협상 대상으로 한다. 이 협상은 교육, 의료, 물, 에너지 등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않고 누구에게나 공급되어야 할 공공 서비스를 상업화하는 한 편, 외국인 지분소유한도를 철폐하도록 하여 초국적 자본이 침투하여 활동할 수 있는 영역으로 탈바꿈시킨다. 이 협정이 다룰 수 있는 서비스의 종류는 제한이 없고, 새로운 형태의 서비스에 대한 수요를 창출하는 것 역시 언제든 가능하기 때문에 이 협정은 개별 회원국이 특정 회원국을 대상으로 개방 요청을 하고, 그 요청에 근거하여 개방의사를 밝히는 방식으로 협상을 진행한다. 또한, ‘자발적 자유화 조치’에 대해 특혜를 부여하는 방식을 도입하여, 협상의 효과를 극대화시킨다. 그러나 미국은 최근 이러한 협상 방식으로 다른 분야에 비해 협상이 더디게 진행된다며, 선진국의 자유화정도를 기준으로 하여 서비스 자유화의 최소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모든 회원국들이 의무적으로 따르도록 하는 이른바 ‘벤치마크’제도를 도입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정부는 이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서비스협정에서 서비스 공급형태의 하나로 분류되는 ‘자연인의 이동’을 둘러싸고, 이주노동자에 대한 통제권을 초국적 자본에 넘겨주고 이주노동자를 상품화하는 것을 반대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되고 있다.

·비농산물 시장접근 (NAMA)
비농산물시장접근을 뜻하는 NAMA협상에서는 공산품, 수산물, 광물 등 농업협정이 다루지 않는 모든 분야를 다룬다. 농업협정에서는 무역자유화의 방식을 ‘시장접근, 국내보조금, 수출보조금’의 세 영역으로 구분하여 다루지만 NAMA 협상에서는 ‘시장접근’만을 다룬다. 즉 비-농산물이 관세, 쿼터 혹은 여타의 수출/수입 제한 없이 자유롭게 거래되도록 하는 것이 NAMA협상이 표방하는 목표이다. NAMA협상은 농업협정이 다루지 않는 모든 형태의 상품에 관한 관세 동결, 감축, 철폐를 목표로 한다. 따라서 NAMA 협상이 완성되면 개도국이 경제발전을 위해 특정 산업을 보호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또한 남반구의 취약한 산업구조가 세계적인 경쟁에 직접 노출되도록 하여, 탈산업화를 초래하며 실업과 빈곤을 남반구로 이전시킨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까지 관세가 높은 나라일수록 더 많이 감축하도록 하는 이른 바 ‘비선형-스위스공식’이 협상 기본골격으로 제시되어 있어 많은 개도국이 반발하고 있다.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ITRIPs)
TRIPs는 이제까지 역사적으로 형성되어온 지적재산권 협정들을 망라하여 초국적 자본이 영토의 한계를 넘어 무제한적인 독점적 권리를 향유하도록 보장한다. TRIPs는 특허에 의해 보장되는 배타적/독점적 권리의 기한을 20년까지 연장했고, 미생물과 식물품종에 대한 특허도 보장했다. ‘이윤을 뽑아낼 방법을 발견하면’ 특허권을 부여받아 법적 보호를 받으며 안전하게 약탈을 자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특허권이 제3세계 원주민들의 전통적인 지식, 의약품을 복용하여 생명을 지속할 수 있는 권리를 박탈하고 있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비롯한 제3세계 국가들은 TRIPs에 의해 특허권이 강화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특히 5차 각료회의 전까지 4차 회의에서 채택된 ‘TRIPs 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특별선언문’이 실효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작업이 진행됐어야 하지만, 이에 관한 어떠한 합의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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