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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단적인 몸의 노래, 우리들의 꼬뮨(수정)

 

 

- 김은희 우창수 동지 결혼식에 부쳐

 

금강하구에 해가 지고 있습니다

직선의 경계들이 허물어지고 둥근 선에 매료된 저녁입니다

저녁노을이 삶 쪽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고

가창오리 떼들도 저녁노을과 잘 어울리고 있습니다


코스모스 향기를 따라 단풍들어 오는 여린 가을빛의 색감이 참 따뜻합니다

삶의 아픈 곳 구석구석까지 여린 가을빛의 색감을 닮았으면 좋겠습니다

치유는 가장 따듯한 공감이기 때문입니다

마침내 비상은 장독대처럼 상처를 오래도록 품어 빚어낸 웃음의 광장일 겁니다

 

가창오리 떼들은 지금 무슨 일이 꼭 일어날 것 같은 좋은 예감 속에 있습니다

저녁놀빛의 가장 밝은 곳을 택해 일제히 가창오리 떼가 비상합니다

수평과 수직을 가로 질러 하나의 원을 그리는 가창오리 떼의 군무,

우리 생에 찾아온 봉기입니다

새로운 삶을 위한 거대한 토론회입니다

 
개인에서 집단적 몸으로 비상함으로써

우리는 따뜻하고 정서적 색감이 풍부한 거대한 협력을 만들어냈습니다

단 한 건의 소통장애도 발생하지 않은 이 거대한 협력은

마디 하나 없는 유려한 춤이 되고

이 곳에서 우애와 연대로 충만한 음계가 태어났습니다

하나 같이 독특한 매력이 있고 개성적입니다

집단적인 몸의 노래, 우리들의 꼬뮨입니다


비록 오늘 모든 곳에서 이기지 못했으나 우리는 모든 것을 변화시키고 있습니다

자주빛의 저녁노을도 가장 아름다운 음계로 날고 있는 가창오리 떼의 둥그런 몸짓에 매료된 저녁입니다

아프지 않게 살겠습니다

2008년10월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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