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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타이어 한겨레신문 스크랩

[단독] 한국타이어 ‘집단 돌연사’ 추가 역학조사 거부 ‘배짱’
김상희 의원 공개…“대통령 사돈기업 아니면 못할 일”
사쪽 ‘조사 취소’ 요청…연구원에 “대응 강구” 으름장
 
 
한겨레 황예랑 기자
 
 
 
 
2006~7년 노동자 12명이 심장질환 등으로 숨져 ‘집단 돌연사’ 논란을 일으킨 한국타이어가 공식 조사기관의 ‘추가 역학조사’ 요청을 사실상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상희 민주당 의원은 12일 한국타이어와 산업안전보건연구원(한국산업안전공단 산하)이 지난 4~9월에 주고받은 공문들(사진)을 공개했다. 이를 보면, 연구원은 4월16일 한국타이어에 공문을 통해 ‘타이어 제조공정의 작업환경과 건강 영향에 관한 추가 역학조사’가 필요하다고 공식 요청한 뒤 25일엔 관련 설명회를 여는 등 준비에 들어갔다. 작업장의 온도와 ‘고무흄’(고무 제조 때 생기는 분진성 먼지)의 유해성 등을 조사하기 위해서였다. 이에 앞서 연구원은 지난 2월 역학조사 결과 발표 때 “작업장의 고열·과로가 돌연사와 관련될 수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견해를 낸 바 있다.

하지만 같은 달 30일 한국타이어가 “조사를 받을 수 없다”고 버티면서 추가 조사를 제대로 진행하지 못하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역학조사를 거부해도 과태료 300만원만 물면 된다.

한국타이어 쪽은 “추가 역학조사에 법적 근거가 없다”며 ‘계획 취소’를 요청했다. △역학조사 평가위원회가 심의가 아닌 토의만 거쳤고 △의결일부터 7일 안에 회사에 통보하지 않아 노동부의 ‘역학조사 평가위원회 운영지침’을 어겼다는 것이다. 언론에 추가 조사 계획이 보도되자 지난 8월 연구원 쪽에 “연구원이 (언론을 통해) 추가 조사를 압박하는 데 대해 모든 대응 조처를 강구하겠다”는 으름장까지 놓았다. 이 회사 관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다섯 달 동안 모든 서류·방문조사를 받았고 특별근로감독 지적 사항을 개선하는 중”이라며 추가 조사를 받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측면 압박도 들어왔다. 5월엔 대한타이어공업협회 이사가 한국·금호·넥센타이어 등 3개 회사 담당자와 함께 연구원을 찾아 ‘반대’ 건의문을 냈다. 협회는 지난달 30일에도 ‘추가 조사를 시행하지 말아 달라’는 건의문을 냈다.

연구원 쪽은 한국타이어의 주장에 대해 “2월 발표 때 이미 추가 조사 필요성이 제기돼 심의를 거쳤으며, 한국타이어가 근거로 든 ‘운영지침’ 조항은 연구원 자체의 역학조사이기 때문에 관련 없는 조항”이라고 반박했다.

노동부는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노동부와 대전지방노동청 관계자들은 “6월부터 역학조사 협의를 시작한 것으로 안다. 아직 ‘비협조’라고 판단하기는 이르다”고만 말했다.

김상희 의원은 “이명박 대통령의 사돈 기업이 아니라면 어떻게 ‘역학조사 거부’라는 사상 초유의 일이 벌어질 수 있겠느냐”며 “노동부도 지도·감독을 소홀히 한 책임이 있다”고 비판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13일 대전지방노동청 국정감사에서 허기열 한국타이어 본부장 등을 증인으로 출석시켜 이런 내용을 집중 추궁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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