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사람들과 술을 마시다 언성이 높아졌다.

그냥 오랫만에 얼굴 보는 그런 가벼운 술 자리였는데

이야기 중 모임의 공간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면서 모임 운영자와 의견이 부딪쳤다.

공간에 사람들이 더 오게 하기 위해 화장실을 리모델링 해야 한다는 의견에

나는 사람들이 모임에, 그 공간에 오지 않는 이유는 불편한 화장실 때문이 아니며

모임의 내용이 없다는 거, 사람들이 이 공간에 와야 하는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라는

얘기를 했더랬다.

'그러면 대안을 내라'는 얘기가 나에게 돌아왔고, 그러면서 서로 언성이 높아졌더랬다.

말한 사람이 책임져야 한다는 식의 논조도 싫었고, 넌 나를 믿지 않느냐는 우격다짐도 싫었다.

그런 얘기를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니까, 그렇게는 결론이 날 수 없는 얘기니까...

 

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 상황의 시작과 결말이 아니라,  

집에 돌아와서도 그리고 지금도 내내 맘에 밟히는 장면이다.

의견 차이로 목소리를 높이는 그 와중에 난 웃고 있었다. 비아냥 거리고 있었다.

'아! 그래요? 그렇군요~ 네 알았어요~  앞으로는 개입하지 않을께요. 제가 오바했네요~'

그러면서 이야기를 마무리 지어버렸다.

 

이야기의 주제도 그리고 그 때의 상황에서의 내 판단, 의견이 틀렸다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문제는... 의견이 부딪치는 그 순간부터 나는 내 의견을 전달할 의지가 없어졌다는 거,

공간 리모델링 문제에 대해 모임 사람들 내에서도 의견이 분분했고,

그래서 이 이야기를 모임 내에서 공식적으로 풀어야겠다고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래서 그 술자리에서의 의견 차이를 충분히 다른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서로 얼굴을 붉히게 되는 그 순간부터 난 모임 운영자인 그 사람을 설득하고 싶지 않았다는 거,

그렇게 상황을 접어 버리는, 피해 버리는 나...

차라리 나도 같이 큰 소리 내고, 화 내고 그랬다면 그냥 술자리의 헤프닝 정도로 지나갈텐데

그 때 나의 비아냥 거리는 듯, 웃는 그 표정이 내내 싫다. 싫어진다...  마음에 계속 밟힌다.

참 못됐다.. 못났다...싶다.

 

요즘 유난히 나를 불편하게 하는 상황, 혹은 불편해질 것 같은 상황이 될 때

내 입장 혹은 의견을 접거나, 그 상황 자체를 피해 버리는 경우가 많아진다...

그래서 내 맘이 편해지느냐 그것도 아니면서...

내내 혼자 투덜거리고, 의견을 생각을 나눌 사람이 없어라며 외로워하면서...

 

왜 그럴까... 어떻게 해야 하나 궁리궁리 하다 우선은...

"나 지금 아무것도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없잖아" 라는

자책? 위축? 이 상태, 상황부터 풀어내야겠다 싶다.

내가 나의 일에, 나의 활동에, 나의 관계에 움츠려 있으니

그러면서 제자리에서 동동거리며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점점 더 몹쓸 사람이 되어가는 거... 

이러다 보니, 나의 소극/소심/위악/자학/의 성향이 더 강화된 듯.... 

 

그래... 차근차근, 좀 더 집중해서 지금의 일, 활동, 관계부터 정리해 가자....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미뤄서도 안 되는 선에 와 있는 거야.

지금부터 ... 할 수 있다. 해야 한다.

그래 그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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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8 04:11 2008/10/28 0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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