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얘기를 듣고, 하고 싶었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편하게 얘기 나눌 수 있는, 나에게 몇 안 되는 사람)

얘기를 나누면서 다소 과장해서 힘든 척, 화난 척, 좋을 척 했던 게 조금 부끄럽지만

자주 그랬듯이 이렇게 한 번 보고 얘기 나누고 말 사이가 아니고 (오래 아니길 바라고)

말 보다는 그리고 말로 드러냈던 어떤 순간의 나 혹은 우리보다는

같이 일하고, 지내고, 밥 먹고, 게으름 피우고, 부지런떨고 하는 일상과 시간들

그 별 거 아니지만 참 대단한 그 과정들에서 서로를 보고 있음을, 경험해내고 있음을 알기에

많이 부끄럽거나, 서둘러 해명하거나, 다른 무엇을 증명해야 할 거라는 조급함은 없다. (다행히 아직은)

 

무언가에 속고, 누군가를 속이고, 스스로에게 속는 게 끔찍하게 싫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아직도 잘 모르고 (앞으로도 잘 모를 거 같고)

그래서 계속 주의하고, 다시 살피고, 자주 부끄러워하며,

연결되어 있지만 압도되지 않는, 여전히 모를 그 무엇에 머뭇거리지만 고립되지는 않는

그런 삶의 과정을 천천히 살아내며, 서로의 곁을 내 줄 수 있는 그런 시간을 더 누리고 싶다. 

 

'나는 그런데, 너는 어떠니?'


미처 하지 못한 듯 아쉬웠던, 이제서야 윤곽이 드러나는 말.

나는 늘 이렇게 늦고, 늦어버리고, 늦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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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11/11 20:48 2014/11/11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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