팝의 여전사 The Righteous Babes
영국, 1998, 50분, 다큐멘터리
감독 : 프라티바 파마 Pratibha PARMAR

 

 

   이 작품은 여성주의와 대중음악에 대한 다큐멘터리이다. 1990년대에 활발하게 활동하는 여성 아티스트들이 현대여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가가 이 영화의 초점이다.


   프라티바 파마는 저항적이고 도전적이며 혁명적인 록 음악을 통해서, 그리고 마돈나와 애니 디프랜코 같은 대표적인 뮤지션들의 활동을 통해 대중음악에서의 여성주의가 발전해왔다고 말한다.

 

   파마는 여성 뮤지션들과 여성주의 이론가들 그리고 영국과 미국의 저널리스트들의 인터뷰와 여성 뮤지션들의 공연을 삽입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펼쳐나간다. <팝의 여전사>는 대중음악계의 여성영웅에 대한 흥미로운 논평인 동시에 여성과 대중음악, 더나아가서는 대중문화의 관계에 대한 명쾌한 성명서라 할만하다.

 

   특히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여성그룹 스파이스 걸즈 Spice Girls의 스타일을 검토하면서 여성주의의 상업화를 비판하는 지점, 국내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모았던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지금도 케이블을 통해 매니아층을 형성, 열광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앨리 맥빌>과 같은 영화나 tv 속의 여성 이미지에 대한 따끔한 일침 역시 대중문화를 읽어내는 여성주의적 시각의 유효함을 확인하게끔 해준다.

 

   이렇게 혁명적인 록 음악을 통한 여성 뮤지션들의 활동으로 대중음악에서의 여성주의가 발전해왔다고 말하는 <팝의 여전사>의 명쾌한 주장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여성뮤지션과 여성주의 이론가 및 저널리스트들의 생생한 인터뷰와 역동적인 화면 구성은 이 작품을 설득력과 재미면에서 손색없는 다큐로 가능케 하는 미덕이라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나 역시 <팝의 여전사>를 보며 환호했던 관객 중 하나였음에는 틀림없다. 하지만 바로 이 점이 이 영화의 양날의 칼과 같다는 생각은 지울 수 없다.

 

   여성주의와 대중문화라는 익숙하지만 첨예한 관계를 긴장과 충돌이 아닌 지지와 설득의 전략으로 일관하는 인터뷰이의 선택과 구성이 영화의 긴장감과 주제의 깊이를 떨어뜨리지 않는가 싶다. 또한 록음악의 혁명성 역시 자본주의 사회 내에서 이미 상품화 되어버리고 있다는 점, 그리고 스파이스 걸즈의 상품화된 여성주의적 이미지의 비판이 마돈나나 그 밖의 주류 여성 록커들에게도 역시 자유로울 수만은 없다는 점에 대한 논의들 역시 의도적으로 배제되어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게다가 주제의 선명함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였을지도 모르지만 팝음악으로 대표되는 대중문화가 현대여성들에게 끼치는 긍정적인 영향에 영화의 포커스가 집중된 나머지 이 영화에서 주장하는 여성주의의 논조가 영미를 중심으로 한 백인 중산층 여성을 위한 주류 페미니즘이라는 혐의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 또한 든다.

 

   사족) <팝의 여전사>이후 비슷한 소재와 양식의 영화들을 몇 편 더 보게 되었는데,  제작년에 본 <릴리스페어>같은 경우 <팝의 여전사>의 한계를 고스란히 아니 오히려 더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아쉬운 영화였다면, 최근에 본 <여전사들의 합창>은 그러한 지점에 대한 고민들이 깊어지고 부분 극복한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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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15:41 2005/08/04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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