겁나게 하는 군 It Kinda Scares Me
토머 헤이만 / 56min / 2001 / 이스라엘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청소년모임(범죄청소년)의 상담자로 일하는 감독이 모임의 청소년들과 함께 그들 스스로의 자전적인 연극 공연을 준비한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서로 갈등을 하게 되는데..."

 

   줄거리만 보고는 "뭐, 인간극장류의 휴먼다큐겠거니, 근데 이스라엘 다큐네...신기하니 함 보자..." 정도의 관심과 기대로 성의없이 집어든 영화.

 

   다큐의 전반부, 거칠고 변덕스럽기가 대책이 안 서는 아이들의 모습. 공연 준비과정에서의 상담자와의 갈등이 나열된다. 우선은 아이들의 생활에 대한 카메라의 접근 정도에 ... 카메라와 아이들 간의 필터 없는 생생함에 놀라왔다(애들 정말 싸가지 없구나...대책없네 그려...와아...그런 날모습을 이렇게 카메라 앞에 노출시키다니, 아니 카메라가 포착하다니...). "역시 다큐는 대상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한거야"라는 교과서적인 평을 나름대로 주섬거리고 있는데...

 

   공연 준비 과정.... 자전적인 연극의 각본 단계에 이르자 아이들과 상담자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른다. 아이들은 마음을 닫고, 날카로와지고. 그런 아이들의 방어적인 태도를 상담자는 얄짤없이 지적한다. 물론 이에 가만있을 아해들이 아니다. 아이들은 "왜 당신은 우리를 알면서, 당신 스스로는 우리에게 자신을 드러내지 않느냐"며 항변한다. 그리고... 파티에서 술을 잔뜩 마신 아이들과 상담자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 돌연 상담자가 아이들에게 자신이 게이라며 커밍아웃을 한다. 3년을 함께 모임을 하면서도 내색하지 않았던 자신을 드러낸 상담자와 당황하는 아이들(영화 전반부에서 드러나지만 아이들은 심하게...마초적이고, 호모포빅인거라).


   여기서 이전까지의 관계가 역전된다. "나는 이래...이게 나야...이해하든지 말든지, 받아들이든지 말든지..." 이해 받지 못할 거라는 두려움에 방어적으로 되는, 자신을 닫아버리던 아이들, 그런(자신과는 환경도 계층도 가치관도 다른) 아이들을 이해해보려고 노력하는 교사의 관계가 이 지점에서 고스란히 역전되는거라... 아이들은 '역겹다', '아니다', '이해될까', '이해할래'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고... 그리고 그를 받아들인다.

 

   다큐의 후반부, 연극 공연 전의 시장연설(이 공연은 시의 예산지원으로 가능했다)을 두고 상담자에게 분기탱천하던 아이들이 막상 시장과의 면담 과정에서 보이는 비굴과 타협의 모습...

   이 다큐의 미덕은 아이들(범죄청소년-살인, 절도, 폭행 등등)을 계몽 혹은 동정의 시선으로 대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회가 이래서 아이들이 이런거라. 아이들은 불합리한 사회시스템의 피해자이자 약자일뿐이야...이런 쉬운 결론을 내리는 게 아니라 그냥 있는 그대로의 아이들. 모순적이고 속물적이기도 한... 그래서 그들을 '불량청소년', 혹은 '청소년'이 아닌 '인간'으로 고스란히 대한다는 점이다. 상담자와 싸우고.. 그 과정에서 서로 실망하고, 조롱하고, 다투면서 그렇게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며 관계의 자장을 넓혀가는 과정을 연출자가 미련스러울 정도로 솔직하게 보여준다.

 

   마지막, 공연 후의 에피소드는 전형적이고, 진부하기 그지없다(그래서...이후 애는 이렇게, 또 애는 이렇게...나는 이렇게...두둥 엔딩~~)... 하지만 어쩌면 공연을 끝낸(자신이 담당했던 프로젝트를 끝낸) 상담자(감독)에게는 이것 또한 그 "미련스러울 정도의 솔직함"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그렇지 않는가. 공연 하나 마쳤다고, 이 아이들의 삶이 가시적으로 얼마나 바뀔 거라고.. 혹 바뀌더라도 그걸 어떻게 예상하고 단정지을 수 있는가, 상담자의 입장에서...).

   미련스러울 정도의 솔직함... 그 솔직함이 다큐에서 대상과의 관계를 설정하는 기본이라는 것. 그리고 그렇게 설정된 관계에서야 비로서 자신에 대한 그리고 관계에 대한 정직한 성찰이 가능하다는... 그런 다큐의 기본을 우직하게 보여준 그런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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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15:50 2005/08/04 1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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