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민주주의 ! This is What Democracy Looks Like!
2000 | 미국 | 1시간 12분
빅 노이즈 필름(질 프리드버드, 릭 로울리)

 

 

   "이것이 민주주의!"라니... 처음 이 다큐를 접하면서 제목에 당혹스러웠다. 지금 "이것"이라고 "!"로 명명할 수 있는, 과정이 아닌 결과물로서 그렇게 규정지을 수 있는 "사건"이 "민주주의"가 있다는 건가? 있다손 치더라도 한 편의 영화가 그것을 담아낼 수 있을까. 영화의 제목을 들여다보면서 이건 명쾌함을 넘어선 성급함, 단순함이 아닐까라는 의혹, 혹시 반어적인 의미가 아닐까 하는 추리까지... 우선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음은 분명하다.

 

   "20년에 이르는 저항 끝에, 정말 이제야 우리는 운동을 시작한다."

이 다큐멘터리는 시애틀 투쟁 당시의 독립 미디어 센터에서의 활동을 근간으로, 새로운 운동의 시작을 알린 시애틀 투쟁을 1년이 지난 시점에서 다시 탐구해 들어간다.


   우선 이 다큐에서 가장 흥미로왔던 점은 활자로만 접해왔던 독립 미디어 센터의 활동의 결과물을 드디어 영상으로 보게 된다는 점이었다("세계를 뒤흔든 5일 - 시애틀 투쟁"을 보면 영상 뿐 아니라 다양한 매체를 통한 독립미디어센터의 구체적인 내부 활동들을 접할 수 있다). 진보적 변혁운동의 도구로서, 혁명을 위한 실천과 운동의 과정으로서 카메라를 들고 활동하는 다양한 인종, 사상, 계급의 미디어활동가들의 존재와 그들의 연대 그리고 그들의 활동을 하나로 묶어내는 구심점으로서의 독립미디어센터의 존재는 현실에 개입, 소통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라는 장르의 또 다른 가능성이지 않을까.

 

   그렇다고 이 다큐가 선전, 선동만을 위한 전형적인 프로파간다 영화일 거라고 생각하신다면 오산! 시애틀 투쟁 당시 100 여명의 미디어활동가들이 수집해 온 생생한 화면들로 구성된 역동적인 편집, 화려하고 감각적인 CG의 활용, 수잔 서랜든과 마이클 프랜티의 나레이션, 그리고 RATM의 강렬한 음악은 WTO, 초국적기업, 신자유주의라는 단어만으로도 머리가 지끈해지는 사람들에게도 쉽고 경쾌하게 시애틀 투쟁 당시의 상황을 전달해 준다. 영상언어의 호소력과 가능성을 잘 이해, 활용하고 있다는 점에서 은연 중 국내다큐들과 비교되며 부럽다는 생각도 들었다.

 

   감정에 호소하는 강렬함 외에도 이 다큐의 또 다른 강점은 바로 투쟁의 변화와 그 정치적 의미에 대한 섬세한 검토 그리고 이것을 뒷받침하는 효과적인 인터뷰 구성이다. 현장 활동가들의 상황설명과 평가 그리고 당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의 생생한 목소리들이 교차 편집되는 인터뷰 구성은 어떻게 이 세계화에 반대하는 익명의 대중들의 투쟁이 미국의 현대 정치사를 변화시켰는가, 그리고 그 한계와 강점은 무엇인가를 분석적으로 서술해낸다.

 

   그리고 다시... <이것이 민주주의!>라는 제목의 양면적인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새로운 운동의 시작이었다는 것. 99년 시애틀 투쟁이 "새로움"으로 "민주주의"의 가능성을 다시 "시작" 했다면, 그것의 현재적 의미는 무엇인가. 2004년의 현실을 "지금, 여기에서" 이제 다시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이것이 바로 결론이 아닌 새로운 질문으로서 이 다큐를 생각할 지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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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8/04 15:51 2005/08/04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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