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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 질환은 없다.

* 이 글은 미류님의 [발명/질병/배제]의 덧글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그럴 수도 있겠죠. '질환'이라는 말은 더욱 견고하니까요. 그러면 어떻게 부를 수 있을까요? 제가 순수님의 생각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요. 모든 '질환'-감기, 맹장염 등-은 허구라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아니면 '정신질환' 혹은 '정신병'은 없다고 생각하시는 것인지...
참고로,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에 대해서 현대'의학'은 약물'치료'를 기본으로 놓고 있습니다.
저는 "부르"는 행위 자체를 "욕망"으로 봅니다. 정신질환으로 분류하고 부르는 바로 그 지점과 그 효과를 저는 중요하게 생각하는 거죠.

감기와 정신질환의 가장 큰 차이는 Naming 이전의 작동이 확연히 다르다는데 있습니다. 유물론적 관점에서 감기와 정신병을 유명론의 결과로 봅시다. 그럼 이 둘의 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납니다. 감기는 "신체의 사건"이고, 정신질환은 "관계의 사건"입니다. 저는 후자가 명확하게 "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훨씬 섬세하게 "권력"을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합니다.
그 차이 지점은 바로 "실현"에 의해 결정됩니다. 즉 "욕망"의 실현에 대한 작동이 바로 정신질환인데요, 신경증이라면 자아의 억압이겠고, 정신병이라면 자아의 해방(?)이겠죠. 여기서 문제는 자아와 주체, 타자로 돌아갑니다. 타자에 의해 생산된 주체에 의해 자아는 위치하게 되는데, 그 위치를 벗어나게 되면 "욕망"은 "실현"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장을, 교환 체계를 벗어나는 것은 실현되지 않는 거죠. 여기서 방법은 두가지 입니다. 자아가 (시장에 편입되도록) 중재를 하거나, 자아가 이 둘을 교란하거나...(자기만의 유토피아를 만들고 자본으로부터 충분히 달아났다고 외치는 겁니다. 또는 자본가를 사살함으로써 자본주의가 사라졌다고 생각하는 거죠.)
정신분열증이나 우울증 등은 후자에 속하는 건데요, 정신분석학적으로는 치료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환자의 작동 매커니즘에 약물 등을 가해서 저지하는 거죠. 저는 이게 전기충격과 별반 차이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어디까지나 타자에 의해 실현의 문제, 실재계-상징계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죠. 모든 치료 과정은 타자에 의해 주체로 포섭하는 과정에 불과합니다.
지인들 중에 정신과 치료를 받는 사람이 상당히 많은데요, 굉장히 재밌는 사실은, 타자는 확고부동한 채 그들만 주체로 구성하려고 하는 겁니다. 그 차이는 당연히 안정제 등의 약물이 차지하구요. 이건 전기충격을 가하는 것과 별반 차이 없습니다. 타자를 배제하고 포섭하는 동일자의 폭력이죠.
타자가 정해놓은 위치를 고수하고 그것을 벗어나는 것을 "병"으로 발명한다면 이것을 "생의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걸까요? 의학은 이 모든 걸 포섭하고, 치료에 약물을 부여함으로써 또한 다시 이걸 포섭하는 재생산 조건을 생산하는 게 아닐까요? 개인을 주체로 포섭하기 위한 투쟁은 의학의 힘을 입어 더욱 가열차지고 있을 뿐입니다.
P.S. 글을 쓰고보니 푸코의 동일자-타자와 라캉의 타자-주체가 다른 때보다 심하게 뒤섞인 것 같네요. ㅠ_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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