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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다섯병님의 [ ‘강남 CCTV’ 4일만에 첫 범인 검거] 에 대한 트랙백 입니다.

우리는 프라이버시권을 조금씩 조금씩 다른 가치(그것은 범죄예방과 같이 때로는 공익적이다.)와 맞바꾸고 있다. 당장은 다른 공익적 가치가 더 커보이더라도 조금씩 프라이버시권을 포기해가다보면 우리는 투명한 사회에 살게되리라는 것은 전혀 과장된 얘기가 아니다.

프라이버시를 정확히 규정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다. 왜냐면 "나"와 그 외부를 가르는 경계를 만드는 작업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거리에 있는 CCTV가 내 집을 비추지만 않는다면 내 프라이버시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발언한다고 해서 그의 프라이버시 영역 설정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거리는 공적 공간인데 왜 거기에 대해서 프라이버시를 이야기하는 것이냐"라고 하면 무어라 답할 수 있을까?
또 다시 생각하자. "범죄예방"은 "공익"에 속하는 것일까? CCTV가 예방한다는 범죄는 개인에게 속하므로 이 또한 다른 의미의 프라이버시 보장 시스템이 되는 것이 아닐까? (CCTV가 당신의 스토킹으로 인한 어려움을 해결합니다!) 과연 프라이버시의 경계와 공익의 경계는 어떻게 설정될까?
가끔 정부정책에 대해 비판할 때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비판을 하는데,
물론 그 비판이 적절할 때도 있겠지만 자칫 부메랑이 될 수도 있다.
거리에 설치되는 CCTV에 반대하는 것은 돈만 들지 범죄예방의 효과가 없을 것이기 때문이 아니라, 설사 효과가 있더라도 프라이버시권을 포기할 수 없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이 부분에서 고민을 풀 열쇠를 찾을 수 있다고 본다. 바로 "효과"란 부분. 즉, CCTV가 우리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다는 도식적인 말보다는 CCTV는 우리에게 "범죄예방"의 "효과"를 작동시킨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싶다.
이 가운데 CCTV에 관한 담론은 이중적으로 작동하게 된다. 하나는 CCTV를 통한 범죄예방의 효과, 또 하나는 CCTV 반대를 위한 범죄예방의 효과. CCTV 논쟁은 이 "효과"를 그대로 둔 채 함께 달려나가게 된다. 우리는 여전히 타자의 욕망 안에 있다.
CCTV가 판옵티콘이 아니다. 우리가 판옵티콘이라는 효과-속의-존재인 것이다. CCTV를 찬성하건 반대하건 우리는 감시 체제 안에 안주하고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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