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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눈
김남주, 솔직히 말하자
첫눈이 내리는 날은
빈 들에
첫눈이 내리는 날은
깜깜한 밤도 하얘지고
밤길을 걷는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
눈처럼 하얘지고
소리없이 내려 금세
고봉으로 쌓인 눈 앞에서
눈의 순결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시리도록 내 뼛속이
소름이 끼치도록 내 등골이
김남주, 솔직히 말하자
첫눈이 내리는 날은
빈 들에
첫눈이 내리는 날은
깜깜한 밤도 하얘지고
밤길을 걷는 내 어두운 마음도 하얘지고
눈처럼 하얘지고
소리없이 내려 금세
고봉으로 쌓인 눈 앞에서
눈의 순결 앞에서
나는 나도 모르게 무릎을 꿇는다
시리도록 내 뼛속이
소름이 끼치도록 내 등골이
감방의 추위는 뼛속이 시릴 정도이며, 때문에 등골은 저절로 오므라질 것이다. 그래도 기다릴 수 있었던 것은 시인의 힘과 변혁에 대한 희망이 있어서일테다. 하얀눈의 이미지에서 영혼의 깊은 반성으로 이어지다가 물리적 닫힌 공간으로 튀어나오는 구성은 매우 놀랍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