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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지난 일요일에 만났잖아요....

맑은 날이었죠, 선배.

 

조금이라도 빨리 가고 싶어서 새벽 첫차 탔어요. 형수님도 보구 싶고, 선배두 보구 싶고, 아이들도.. 그리고 땀흘려 일하고 가꿨던 학교도 보고 싶어서 새벽 첫차 탔어요.

 

언제나 가슴 편안하게 갈 수 있었던 곳이었는데. 여름이 지나고 한 번 제대로 가보지도 못했네요. 정말 미안했어요.

 

형수님도, 선배도 몸도 편치 않으신데, 가서 조금이라도 손을 덜어드려야 하는데.. 생각만 하고 서울로 올라올 때는 곧 다시 가겠노라 말씀만 드리고.. 그렇게 또 가보지도 못했었는데.. 그래서 첫 차 탄거였는데..

 

맑은 날이었죠, 선배.

 

찬 바람 너무 맑아서 코 끝이 찡할 정도로. 햇살 너무 맑아서 내가 맑아지는 그런 날이었죠.

 

저녁에 함께 술잔 기울이며 재미 없는 농담 하셨었잖아요.. 언제나 처럼.

 

재미없지만, 우리 모두 편하게 웃을 수 있었잖아요..

 

좀더 있고 싶었는데.. 밀린 일 치운다고 먼저 올라왔어요.. 조금만 더 있었으면 선배 얼굴 조금더 볼 수 있었는 거였는데..

 

미안해요..

 

난 어제 밤에 내리는 눈 보면서 너무 즐거워 했어요. 세상을 다 뒤덮을 만큼 많이 내리는 눈 보면서 즐거워 했어요.

 

장수도 눈 많이 내리겠네.. 지리산 자락.. 정말 아름답겠구나.. 하면서..

 

미안해요.. 선배..

 

이제 눈 내려보내는 하늘나라에 계시겠죠.. 그 곳은 어떤가요?

여기보다 좋았으면 해요..

선배 있는 하늘은 해방세상이었으면 해요.

 

그래야 선배 보네죠..

여기서 처럼 힘들게 힘들게 싸우지 않았으면 해서요..

 

여기선 우리가 싸울께요.. 선배 말씀대로 우리가 싸울께요..

마음 놓으세요.. 선배가 못 다 이룬 세상, 우리가 만들께요..

 


BGM_김영동/장사익 : 어디로 갈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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