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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만명이 일어섰다. 우리의 양심은 어디에 있는가?

11월 22일, 겨울로 접어드는 날씨에 전국에서는 동시다발적으로 한미FTA에 반대하는 시위가 일어났다. 전부 15만명이 가두시위에 참가했으며 지방에서 시청, 도청을 점거했다고 한다. 유력 일간지들과 방송에서는 불법시위니 폭력시위니 하면서 떠들어대고, 정부는 엄정대응하겠다고 한다. 다음, 네이버 등의 포털사이트에 가보면 관련 뉴스에 집회참가자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굴비처럼 달리고 있다.


여러분이 그렇게 욕해마지 않는 15만명의 이름은 민주노총, 전농(전국농민회총연맹), 전빈련(전국빈민연합), 민주노동당, 한총련 등이다. 이들이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 범국민운동본부를 꾸려서 뭉친 것이다. 단체의 이름들을 들으면서 빨갱이니 주사파니 직업적 데모꾼이라느니 하는 사람들이 벌써 있을지 모르겠다. 이 글을 쓰는 나 자신 또한 민주노동당 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이다.


지금 여러분이 그렇게 욕해마지 않는 15만명의 이름들을 다시 불러보고 싶다. 이 15만명은 세상 모두가 비정규직을 외면하고 무시할 때, 그리고 비정규직들이 거리로 나서서 싸울 때 같이 싸우고 같이 눈물을 흘린 사람들이다. 이 15만명은 350만 농민들이 잘못된 농업정책과 한미FTA추진으로 알거지가 될 위기에서 농민들의 처지를 자신의 일처럼 슬퍼하고 그들과 함께 잘못된 정책에 맞서 싸운 사람들이다. 이 15만명은 미국의 부도덕한 이라크 전쟁에 편승해 정부가 자이툰 부대를 파견할 때 인류의 양심에 따라 거리에 나와 전쟁반대를 외친 사람들이다. 여러분이 그렇게 욕해 마지않는 이 15만명은, 광우병 쇠고기를 수입하고 나라경제를 미국에 팔아넘기는 한미FTA를 저지하기 위해서 앞장서서 싸운 사람들이다.


못살겠다고 거리로 나온 노동자와 농민들이 폭력경찰의 방패에 맞아서 벌써 세 명이나 죽었다. 죽은 사람은 있는데 죽인 사람은 아직 없다. 이러한 개같은 현실에 분노한 사람들이 아직 우리에게는 15만명이나 있는 것이다. 당신이 욕하는 이 15만명에게서 나는 아직 시대의 살아있는 양심을 본다. 자본과 권력에 의해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기만당하고 속아온 이 현실에 분노해서 일어설 수 있는 시대의 양심을 본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재벌인가? 재벌가의 자제인가? 맨날 골프치고 외제차 타고 다니는 사람인가? 이 세상이 그냥 그 자체로 천국인 사람인가? 그렇다면 굳이 이 15만명을 지지해달라고 하지 않겠다. 당신들은 이 세상이 그대로 있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이 노동자라서 서럽고, 농민이라서 서럽고, 돈없어서 빽없어서 서러운 사람이라면 더 이상 우리를 욕하지 말라. 우리가 분노하는 현실은 당신이 분노하는 현실과 같다. 이 15만명이 150만명이 되고, 150만명이 1500만명이 될 때 우리는 더 이상 착취당하고 억압당하고 기만당하고 속지 않게 될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의 세상, 비정규직 차별의 세상, 농민 다 죽이는 세상, 한미FTA를 추진하는 매국세상을 원하는가? 아니면, 비정규직 없는 세상, 농민이 행복한 세상, 미국에 당당한 자주적인 세상을 원하는가? 당신이 노동자 농민이고 민중이라면 답은 이미 나와있다. 먼저 나선 15만명과 함께 이 썩어빠진 세상을 바꾸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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