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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7/04/18
    심장을 울리는 영화 <우리학교>
    임승수
  2. 2007/04/10
    베네수엘라 혁명의 수도 카라카스 방문기 (4)
    임승수

심장을 울리는 영화 <우리학교>

다큐멘터리는 끝나고 엔딩크레딧이 올라가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는다.
화면이 꺼지고 극장 불이 켜지고, 그제서야 하나둘씩 일어난다.
그러나, 평소의 영화관처럼 영화평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다. 주위는 조용하다.
나는 그 이유를 알고 있었다.
아니다. 나 자신이 아무 말이 없었다. 뭔가 말을 하면 울어버릴 것 같았다.
결국, 영화관 문을 나서지 못하고 벽을 기대어 울고 말았다.

 

 

‘우리학교’라는 평범해 보이는 제목. 상영시간이 131분이나 되는 다큐멘터리.
7000만원이라는 초저예산 제작비. 개봉하고 있는 극장에서도 하루 한번 상영하는 정도.
어찌 보면 쫄딱 망하는 모든 조건을 완벽하게 구비하고 있는 다큐멘터리가 엄청난 폭풍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다큐를 본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고 올라온 뜨거운 기류는 저예산 다큐멘터리의 모든 기록을 갱신하며 관람객 3만명을 향해 힘차게 내닫고 있다.
이 다큐멘터리의 무엇이 관객들의 심장을 울리는 것일까?

 

반도의 남쪽에서는 철저히 잊혀져 있지만, 일본이라는 힘든 곳에서 민족의 자주성을 생명처럼 지키며 사는 조선학교. 그 중에서도 혹가이도 조선학교 재일동포들의 모습을 담은 영상은 3년 5개월간 그들과 함께 살면서 촬영한 감독의 거리만큼 가깝다.

 

조선학교의 학생들은 조선말을 쓰고, 조선말로 수업을 하며 여학생들은 치마저고리를 입고 생활한다. 한국(조선)에서는 내면의 정체성을 가지면 외적인 모습은 크게 중요하지 않지만, 일본에서는 외적인 모습으로 민족성을 표현하지 않으면 내면까지 금방 일본인이 되어버린다는 한 학생의 말은 그들이 왜 그렇게 조선의 것을 지키려고 하는 지를 잘 표현해준다.

 

해방 후 540여개가 있었던 우리학교(조선학교)가 지금은 80개만이 남아있는 상황. 일본 우익들의 이성을 잃은 공격이 극심한 상황에서 조선인으로의 정체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그들의 모습은 삶 그 자체가 투쟁이라는 생각이 들도록 만들었다. 해방 이후 조선학교를 일본인으로부터 지키기 위해 공부는 나중 문제였고, 싸움이 첫째였다는 재일동포 1세대 할머니의 회상은 마음 깊은 곳을 파고들었다.

 

그러나, 우리학교가 우리의 심장을 울리는 까닭은 단순히 하나의 민족이라는 지점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학교에서 학생과 선생님이 어우러지는 모습은 입시경쟁과 물질만능주의(자본주의)의 노예가 되어 고통받고 자살하기까지 이르는 이곳의 학교와는 달라도 너무나 다르다.

 

아이들을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헌신하는 선생님들의 모습. 일본에서 어렵고 힘들게 사는 동포들의 생각하며 이를 악물고 축구대회에 나가는 학생들. 아름다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우리학교의 모습에 감동해서 눌러앉아 버린 일본인 체육교사. 이지메(왕따)가 없고 서로가 서로를 위해 살아가는 공동체의 모습 속에서 우리는 그동안 잊고 살았던 소중한 가치들을 발견하게 된다.

 

 

▲ 축구대회에서 아쉽게 패배하고 슬퍼하는 학생들의 모습. 하지만 동포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아름답다.

 

 

아름다운 공동체의 모습 속에서 인공기도 만경봉호도 어색한 이북식 말투도 어느덧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다가온다. ‘동무’라는 단어가 이렇게 아름다운 단어인 것을 우리는 모르고 살았다. 고향은 ‘남쪽’이고 조국은 ‘북조선’이라는 우리학교 학생들의 서슴없는 말은 사실은 필연적인 것이다. 재일동포 문제는 그들의 문제라며 사실상 방치해왔던 남쪽 정부와는 달리 이북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물심양면으로 조선학교를 지원해온 것이다.

 

만경봉호를 타고 조국(북조선)을 처음으로 방문하는 아이들이 배에서 내리면서 발보다 손을 먼저 짚는 모습. 조선의 태양은 아름답다며 석양을 바라보며 감상에 젖는 아이들의 모습. 이북의 안내원, 군인들과 어우러져서 춤추고 정을 나누는 모습. 일본으로 떠나는 만경봉호에 다시 오르면서 조국과 동포들에 대한 뜨거운 감정에 눈물 짖는 아이들의 모습. 판문점을 방문한 아이들이 38선은 무슨 거대한 벽으로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저렇게 조그만 선으로 조국이 갈려있다는 것에 놀라고 안타까와 한다.

 

 

▲ 꿈에도 그리던 조국을 방문하고 다시 일본행 만경봉 호에 오른 아이들이 아쉬움을 못이겨 모두 배 밖으로 나왔다.

 

 

“많이 먹고 자는 것은 행복이 아니죠. 돈을 가지고 있는 것도 행복이 아니죠. 그런데 인민들은, 정말의 행복을 알고 있죠.” 일본학교를 다니다가 고급부 1학년으로 편입하여, 처음엔 자신이 조선 사람인 것이 싫었다는 학생이 고국(북조선) 방문 뒤 상기된 표정으로 북에서 만난 동포를 향한 애정을 고백한다.

 

마지막을 장식하는 우리학교의 졸업식은 선생님과 아이들 모두가 울음바다가 되어버린다. 관객들 모두가 2시간이라는 어찌보면 짧은 시간동안에 졸업식에서 아이들이 흘리는 눈물을 이해하게 되었다. 그다지 슬프지도, 그다지 분노가 일어나지도, 그다지 기쁘지도 않은데 관객들 모두가 졸업생들과 함께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한 민족이라는 것일까.

 

이 영화가 올 한해 내내 극장에서 내려가지 않고 상영되기를 마음 속으로 빌면서, 두 번째 감상할 기회를 빨리 마련해야 겠다.

 

 

▲ 감동적인 졸업식 장면. 이미 학생들과 관객들은 하나가 되어 있다.

 

 

우리학교 OST - 우리를 보시라

 

 

그 언제나 나를 보는 눈길들 내가 서는 자리마저 하나없듯이
마음을 숨기며 발자취도 감추고 세상에는 저 혼자라 알아왔네
단 하나의 이름을 불러주는 동무들이 나를 나를 이루어주고
두 팔을 크게 벌려 여기 오라고 안아주는 나의 학교

 

우리를 보시라 그 어디 부럼 있으랴
마음껏 배워가는 이 행복 넘치네
아침의 해빛이 아름답고 고운 그 모습을 그려 살리라

 

굽이굽이 돌아드는 이 길을 함께 가니 푸른 하늘이 열리여있네
조선옷 입고서 얼굴 바로 들고서 날마다 학교가는 이 기쁨아
불리우는 이름을 몰랐었네 자란 곳이 다른 줄을 몰랐었네
더는 헤매지 말고 웃어 보라고 안아주는 나의 학교

 

우리를 보시라 그 어디 부럼 있으랴
참되게 살아가는 이 행복 넘치네
아침의 해빛이 아름답고 고운 그 모습을 그려 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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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혁명의 수도 카라카스 방문기 (4)

1월 30일 오전에 베네수엘라 국회 방문을 마치고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볼리바리안 대학이었다.


볼리바리안 대학의 건물로 사용하고 있는 곳은 원래 국영석유회사 PDVSA 본사 건물이었다고 한다. 2002년 11월부터 2003년 2월까지 보수세력들은 어용노조인 PDVSA의 노조를 앞세워서 전국적인 총파업을 벌였다. 그러나, 차베스를 지지하는 가난한 사람들, 노동자들이 정지된 PDVSA 공장을 다시 가동시키고 문을 닫은 상점들 대신 민중상점들을 열게 되면서 보수세력들의 총파업은 실패를 하게 된다. 차베스는 총파업 후에 PDVSA 본부 건물을 볼리바리안 대학의 건물로 사용하는 조치를 취했다.



▲ 볼리바리안 대학 건물의 모습. 이전에는 국영석유회사 PDVSA 본사 건물이었다고 한다

 




▲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시스템을 설명해주고 있는 대학 관계자 야루마 로드리게스 씨

차베스 정부는 예산 중 상당부분을 무상의료(미션 바리오 아덴트로), 무상교육(미션 로빈슨, 미션 리바스, 미션 수크레)과 같은 사회 사업을 위해 쓰고 있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민중들의 관심과 참여는 폭발적이었다. 일례로 중등교육을 담당하는 미션 리바스의 경우 2003년 시작해서 지금까지 150만명이 무상교육의 혜택을 받았다고 볼리바리안 대학 관계자 야루마 로드리게스씨는 전한다. 물론 보수세력들의 반대도 만만치 않았다. 일례로 베네수엘라의 의사들은 세계최고 의료수준을 자랑하는 쿠바의사들을 돌팔이라고 매도하면서, “쿠바 의사 죽이고 애국자 되자”라는 입에 담지도 못할 슬로건을 내걸고 실제 실행에 옮기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국민들, 그리고 보수적인 서방의 언론들 조차도 사회사업의 성과들에 대해서는 한결같이 칭찬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지난 2006년 12월 ’Venezuelanaysis’의 기사를 보면, 2007년 베네수엘라 정부 예산 536억달러 중 44%가 무상의료와 교육이 포함된 사회보장비에 쓰일 예정이다. 지난해 3월 이 매체가 차베스 정부의 성과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1998년 총 인구 중 60~70%가 기본적인 의료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2005년에는 이들 중 70%가 거주 지역에서 의료 혜택을 받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98년 7%였던 문맹률도 현재는 모두 퇴치한 것으로 유네스코 보고서는 밝히고 있다.


야루마 로드리게스 씨에게 "볼리바리안 대학에서 학생은 어떻게 선발하는가?"라고 물어보았다. 야루마 씨는 "따로 입학시험은 없으며 선착순으로 학생을 선발한다"는 충격적인 대답을 했다. 그리고, 지방에 사는 학생들을 위해 분교를 여러 곳에 건설하고 있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들의 특징은 학습과 지역의 사회사업을 연결시킨다는 점이다. 학생에게는 학기마다 과제가 주어지는데, 과제의 내용은 지역에서의 사회사업활동과 연계시키는 것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사실은 학생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우리나라처럼 시험문제를 풀어서 점수를 부여하는 방식이 아니고 학생들이 회의를 통해서 서로를 평가하고 총화를 진행한다. 장학금을 줄때도 학생들이 모여서 회의를 통해 가장 어렵고 장학금이 필요한 사람에게 준다고 한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 자체가 민주주의의 학교라는 느낌이 들었다.





▲ 대학 내에서 체스를 두고 있는 학생들의 모습. 여유롭고 한가로운 모습이다

볼리바리안 대학을 떠나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리베르따도르 주에 있는 지역공동체.


이 곳에서 우리는 무상교육 프로그램의 일환인 ’미션 로빈슨’을 수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미션 로빈슨’은 문맹퇴치와 초등교육을 담당하는 프로그램이다. 교실에서 수업중인 78세의 까를로따 뻬레스 씨는 “이름이 어떻게 되세요?”는 물음에 이름을 직접 써보였다. 그는 “늦었지만 이제라도 글자를 읽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뻬레스가 공부하고 있던 자그만 교실에는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10명 내외로 모여서 영상자료를 보며 학구열을 불태우고 있었다. 수업 진행을 돕는 야릭사 모따 씨는 “600여명이 글을 익히고 초등교육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모따와 같이 수업을 진행하는 이들은 대개 이 지역 자원봉사자들이다. 





▲ 리베르따도르 주의 지역공동체 건물. 예전에는 경찰서 건물이었는데 주민들이 자치공동체 건물로 개조했다고 한다. 왼쪽에는 체 게바라, 오른쪽에는 시몬 볼리바르의 얼굴이 인상적이다. 가운데에 있는 94.6FM이라는 글씨는 이 건물에 있는 지역공동체 FM 방송국을 나타내는 것이다

 



▲ 지역 공동체 활동가인 야릭사 모따. 그녀가 우리에게 미션 로빈슨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주고 있다. 손에 들고 있는 비디오 테잎은 쿠바에서 제작한 문맹퇴치 교육용 자료이다. 베네수엘라의 무상교육 프로그램에도 쿠바는 헤아릴수 없는 많은 도움을 주었다. 같은 스페인어를 사용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다



▲ 미션 로빈슨 수업모습. 영상 자료를 보면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따로 교사를 두지는 않고 수업을 도와주는 진행자가 있다고 한다. 독특한 방식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78세의 까를로따 뻬레스 씨가 우리에게 자신의 이름을 써보이고 있다



▲ 미션 로빈슨에서 사용하는 교재

 



▲ 건물 내부에 있는 지역공동체 방송국의 모습. 한참 바쁘게 진행하고 있는 것 같아서 제대로 말을 걸지 못했다



▲ 지역 주민들이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컴퓨터실. 주로 아이들이 많이 사용한다고 한다. 어디서나 아이들은 컴퓨터를 좋아하는 것 같다. 마침 이 날은 컴퓨터의 시스템을 정비하는 날이라서 사람이 없었다. 컴퓨터 화면에 동일하게 떠 있는 창들이 바로 시스템 정비중임을 알리는 내용. 가는 날이 장날이라더니... ^^



▲ 성을 배경으로 기념촬영. 가운데에서 빨간 티를 입고 있는 것이 필자. 가운데 군인은 이 곳을 지키는 예비군이다

 



▲ 성 내부의 공간을 학교로 이용하고 있었다. 무상교육에서 중등교육을 담당하고 있는 ’미션 리바스’ 수업을 받기 위해 모여있는 주민들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성 내부의 모습. 이 곳이 차베스가 쿠데타 실패를 인정하는 방송 인터뷰를 한 곳이라고 한다

방문일정을 마치고 인천공항 행 비행기를 타고 오면서 베네수엘라에서 만난 사람들의 얼굴들이 떠올랐다. 그들은 하나같이 희망에 차고 혁명의 열정을 가지고 있었다. 그들의 표정 속에서 나는 베네수엘라의 21세기 사회주의 혁명이 성공하리라는 확신을 가지게 되었다.


이것으로 아쉽지만 베네수엘라 방문기를 마치겠습니다. 부족한 글이나마 관심가지고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시면 reltih@nate.com 으로 연락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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