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오르한 파묵 지음, 이난아 옮김, 민음사, 2005
소멸직전의 알라딘 포인트로 급히 산 이 소설을 오가면서 보고 있다. 급히 산 것이 하필 이것인 이유는? 물론, 요즘 제일 잘 나가는 거니까.(작가가 이번에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세계지도에서 터키의 위치를 찾아보시라. 터키는 현재 EU에 가입하려고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는데, 기존 유럽 연합 가입국들은 시큰둥 하다고 한다. 별볼 것 없고, 더우기 터키를 유럽으로 볼 수 있는가, 하는 문제가 남아 있으므로.
터키가 유럽이 아니라면 어디인가? 아, 중동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슬람 교도가 인구의 다수를 차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란, 이라크, 사우디 아라비아...등과 친구인가? 그러나 케말 파샤의 초대 정부때 이슬람교를 국교로 하는 헌법 조항을 삭제해 버리고 과격한 서구화를 추진했다고 한다. 이런 역사 속에 사는 사람들이 받은 혼란과 고통의 무게는?
읽는 동안 내내 황석영의 <<손님>>이 생각났다. 옛날에 마마, 사회주의, 기독교 같은 손님들때문에 홍역을 치룬 우리 역사를 다룬 소설이니까. 그런데, 아무래도 이 소설이 한 수 위인 것 같다. 이건 단순히 역사나 정치에 관한 이야기도 또 아닌 것같다. 모든 '정치적인 것' 속에 놓인 '순박한 삶'의 이야기, 모든 '순박한 삶'을 싸고 있는 '정치적인 것'에 관한 이야기, 모든 '순박하고 정치적인 것' 속에 존재하는 신에 관한 이야기. 때문에 인간에 관한 이야기.(여기에는 세속적인 사랑도 들어간다.)
작가는 이것을 추상어로 나열한 것이 아니라, 터키인의 일상이라는 이 소설의 줄거리 속에, 정확하게 말하건대, '녹여내고' 있다. 어떻게 이런 마술을 부릴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