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간장선생

2005/07/10 05:51

 

일본영화.

 

여기서 간장은 "샘표 간장" 할 때의 그 간장이 아니라, 우리 몸에 있는 필수 장기(organ)의 하나인 그 간장을 말한다. 2차대전 말기 일본의 한 바닷가 마을과, 그 마을의 한 내과 개업의, 곧 간장선생으로 불리는 의사 아카기氏가 주인공이다. 그는 그 마을 환자들의 대부분이 간염이라고 진단하고 다닌다. 아니, 물론, 그 마을이라기 보다, 총동원 시기 일본 사회 전체가 간염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이리라. 피로, 곧, 몸의 과도한 혹사로 인해 걸리는 질병. 치료를 위해서는 다량의 영양제가 요구되지만, 밥그릇 숫가락까지 전쟁에 동원하던 시기에 제국의 본영이 그런 호사를 허락할 리 없다.

 

메이지 유신 이래 청일, 러일 전쟁의 극적 승리에 도취되어 20세기을 맞이하였고, 이 승리감으로 아시아를 침략하면서, 마침내는 자신들이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른 채 전쟁의 도가니에 빠져 결국 패망하고 말았던 일본의 전전(戰前) 근대. 흥분으로 들떠서 위험한 이상을 향해 돌진해 가는 총동원기의 이 사회는 간염 환자로 득시글 거렸다. (그 변방 어디쯤에 식민지 조선이 있었고.)

 

공금을 횡령하여 성(性)에 탐닉하는 공무원, 몰핀에 탐닉하는 의사, 권력을 휘두르는 군부, 보잘 것 없는 권력욕과 영웅심으로 그 전쟁범죄자들을 닮아가는 촌부들이 모두 간염환자들이다. 게다가 간염 박멸을 위해 개업의(開業醫)의 소명을 잊고 현미경 속으로 빠져들어간 주인공 아가키 역시 '간염'에 도취된 것. 731부대(그 악명높은 세균전 부대) 군의관이던 그 아들도 간염 원인균을 찾기 위해 '간염'의 증세이기도 한 끔직한 짓들을 저지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서로가 서로에게 감염되어 돌진해 간 곳은 바로 '추상'(抽象, abstract)이었던 것인지도.

 

"개업의는 발이 생명이다." 뛰고 뛰고 또 뛰는 것, 그 구체성 속에 간염 예방의 유일한 길이 있다.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은 이렇게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간장 선생(Kanzo Sensei / Dr. Akagi, 1998) / 감독 이마무라 쇼헤이 / 출연 에모토 아키라, 오소 구미코 등. / 개봉 2001-6-16 /120분 / 코미디, 드라마 / 15세 관람가

 

- 사진 및 정보는 naver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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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7/10 05:51 2005/07/10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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