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읽는시간 2009/02/09 00:10

바보

강풀 의 만화 '바보'

 

 

 

통장에 돈이 입금된 순간 가장 먼저 한 일은 인터넷에서 열몇권의 책을 주문한 것이었다. 갑자기 책욕심이 생긴 것이다. 드문드문 도서관에서 빌려 한번 읽고마는 이야기 책이 아니라 두고 두고 내 곁에 함께 할 책들이 절실하게 그리웠다. 생각보다 책은 많이 비쌌고 읽는 시간도 훨씬 더 걸렸다. 언제까지 백수로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인데다 누가 책좀 읽으라는 것도 아닌데 쫓기는 것처럼 마음이 급해진다.

 

사실 비디오대여점에서 슬쩍 이 책의 표지를 표지를 봤지만 일부러 사지 않았다. 강풀의 책은 사고 싶은 만화책이다. 척봐도 알만한 책들 틈에 끼어온 이 책에 나는 먼저 손이 갔다. 술술 쉽게 읽히는 만화이기도 하지만 강풀 만화에서만 느껴지는 절절한 감동을 먼저 맛보고 싶어서였다. 정말 그의 만화속 등장인물들 하나하나 따지고 보면 주인공 아닌 사람이 없고 바보 아닌 사람도 없다. 솔직히 나를 비롯한 우리 모두 어떤 면에서 조금씩은 바보이지 않은가. 인간은 누구도 완전할 수 없으며 또한 완벽하게 불완전한 사람도 없다. 어떤 면에서 어느 만큼 모자랄뿐, 그러나 겉으로 보여지는 건 아주 조금일 수도 있는 걸. 그리고 어떤 바보들은 자신이 받고 있는 사랑의 의미조차 알지 못하는 걸. 그래서 영혼을 볼 수 있는 시선이 생겼으면 좋겠다. 우리는 너무 쉽게 겉모습으로 판단한다. 외모, 환경, 재산 등등 - 하지만 이런 것들은 어떤 사람을 판단하는 데 아주 작은 정보만을 제공할 뿐인걸. 30억짜리 집이라고 해야 감탄하는 것처럼 말이다. 그 사람의 진심을 알 수 있는 깊은 시선을 나도 갖고 싶다.

 

죽음을 앞두고 승룡이에게 토스트 굽는 방법을 가르쳐주며 동생을 당부하는 엄마의 모습은 안타깝다. 언젠가 나도 내가 갑자기 죽게 되면 아이는 어떻게 될까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만약 그런 일이 생긴다면 아이가 볼 수 없는 곳에서 발생한 사고였으면 했고 그래도 제 아빠가 돌봐줄테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쓸테없는 생각 같지만 책임감은 때론 다양한 상상력을 요구하니까. 마지막에 아이가 된 승룡이가 엄마 손을 잡고 무수하게 내리는 별 속으로 사라지는 장면은 정말 아름답고 서글프다. 저절로 눈물이 뚝뚝. 슬프게도 승룡이는 죽었지만 사람들 가슴에 반짝이는 별로 다시 태어난다. 그리고 사람들은 변화한다. 반짝반짝 작은 별 승룡이 - 왠지 '나도 아이와 함께 씩씩하게 별 보며 살아야지' 묘하게 희망을 갖게 된다. 밤하늘에 빛나는 그리고  내 가슴에 빛나는 반짝반짝 작은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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