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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화원, 문근영

집에서 뒹구는 주말, 오랜만에 티비를 보다가 <바람의화원> 재방송을 보게되었다.

문근영이 나오더군..

 

▲ 한 네티즌이 방송 화면을 캡처해 만든 드라마 '바람의 화원' 속 문근영의 다양한 표정.

 

 

근영양의 다양한 표정에 시간가는 줄 몰랐다.

문근영, 잘되었으면 좋겠다. 여러모로.



남장여자요? 그림에 미친 신윤복이에요
‘바람의 화원’ 문근영
 
 
한겨레 하어영 기자
 
 
» ‘바람의 화원’ 문근영
 
문근영, 아니 ‘화원 신윤복’이 붓을 동그랗게 말아쥐고 기자와의 사이에 놓인 바둑판에 선을 긋고 두드린다. 손동작이 자연스럽다. 손가락을 살피니 검지에 먹자국이 선명했다. 한복 옷깃이 들춰질 때마다 스민 묵향이 방 안에 퍼진다. 에스비에스 드라마 <바람의 화원> 촬영이 한창인 9일 낮 12시 경기도 용인 한국민속촌. 신윤복을 열연 중인 문근영을 옛 선비의 집 안채에서 만났다.

 

만날 웃지만
신윤복은 슬픈 인간

제가 귀엽다고요?
만들어진 이미지
때론 아팠어요

 

드라마는 조선 후기의 대화가 혜원 신윤복이 여자일 것이라는 독특한 가정에서 출발해 이제 6회를 마쳤다. 신윤복이 조정의 그림을 그리는 도화서 화원이 된 뒤 스승인 단원 김홍도, 기생 정향 등과 얽히고, 그 관계가 당시 역사적 상황과 맞물리면서 극은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문근영은 목이 적잖이 쉬어 있었다. “감기는 아닌데 목소리가 이상하냐”며 웃는 폼새가 딱 극중 신윤복이다. “맨날 웃고 발랄한 것 같지만 신윤복은 슬픈 인간”이라며 잦아든 목소리는 ‘최진실 선배님’을 얘기하면서 유난히 여백을 많이 보였다.

-남장여자지만 기생 정향에게 정인임을 밝히고 김홍도에게는 애틋한 눈빛을 보낸다.

“벗겨놓고 보면 여자라는 것을 (시청자들은) 다 알고 보는 것이잖아요. 별로 얘기하고 싶지 않아요. 그 복잡함이 내 입으로 규정되고 정리되면 오히려 재미없어지잖아요. 그냥 느끼는 대로 가려구요. 상황에 따라 왜 끌릴까는 생각해보는데…. 우선 기생 정향은 윤복이 찾고 싶은 여성성이죠. 순간 ‘필’이 꽂혀 첫눈에 반했다면, 홍도 선생님은 시간이 쌓이면서, 사랑을 느끼게 되는 관계인 것 같아요. 제가 생각하는 사랑이기도 한데요, 남자, 여자, 남장여자 뭐든 간에 사람이 사람에게 끌리는 건 성 정체성 이전의 문제 아닌가요?”

 

 

-신윤복이 화원이 되면서, 사랑을 알아가는 성장통이 근영씨를 닮은 것 같다.

“<어린 신부> 때보다 성숙한 연기를 하려고 노력하냐고요? 아니거든요. 그건 작품 속 이미지로만 저를 판단하는 것일 뿐이에요. 물론 남자답게 보이려 노력했다는 정도는 있죠.”

-그 노력에는 성과가 있나?

“사실 처음에는 그랬지만 이제는 남장여자가 아니라 그림에 ‘미친’ 신윤복이고 싶어요. 아름다운 정향이나 대가 김홍도에게 애정을 갖는 이유가 그것이기도 하구요. 5회 때 제가 혜원의 풍속화 ‘단오풍정’을 그리는 장면을 다시 보면서 저 스스로도 ‘멋지다’는 생각을 했거든요.(웃음) 윤복이는 미친 듯 그림 그리는 장면이 가장 멋지고 또 멋져야 한다는 생각을 이제서야 했네요.”

-그래도 ‘미쳤다’보다 ‘귀엽다’는 느낌이 앞서는데.

“(목소리높이며) 그런 말에 관심 두고 싶지 않아요. 사실 그렇게 만든 이미지에 혹하기도, 좋아하기도, 아파하기도 했어요. 나는 여전히 그대로이고, 성장할 뿐인데. ‘싸가지 없어, 밥맛이야, 예의 바르고 착한 일 너무 많이해, 친절해, 예뻐’ 이런 말들, 칭찬이건 험담이건 상관하지 말자고 생각하려 해요.”

-누군가 만든 이미지에 아파한 적 있다는 말을 들으니, 최진실씨 얘기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잠시 침묵) 실은 저도…, 아팠던 적 있어요. 주변 도움으로 이겨냈지만…. 그럴 수밖에 없었던 것에 대해 백배…천배… 이해가 가요. 하지만 최진실 선배님은… 어린 저에겐 로망이었어요. 제가 너무 여리고 약해서 조그만 말이나 시선에도 흔들리고 좌절할 때 고개를 들어보면 강하고 멋지게 그 자리에 서 있었어요. 언젠가는 선배님만큼 단단해지겠지, 나도 그럴 수 있겠지…. 이제 앞으로는 전도연, 김혜수 선배님 같은 다른 모든 선배님들이 그 자리를 지켜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려구요.”

숙연해진 분위기를 추스르기도 전에 그는 촬영을 위해 자리를 떠야 했다. 문근영은 누군가 들려줬다는 “이것 또한 지나가리라”는 말을 되뇌었다. 그러곤 갑자기 “그런데 닥본사가 뭐죠?”라고 물었다. 팬들이 자신에게 해준 말이란다. “열성팬들이 말하는 ‘닥치고 본방 사수’”라고 답했더니, 문근영이 중얼거리며 활짝 웃는다. 여전히 눈동자가 까맣고 맑다.

 

용인/하어영 기자 haha@hani.co.kr

사진 에스비에스 제공

 

 

■ 촬영중 부상…7·8부 방영 미뤄져

한편, 문근영은 인터뷰 뒤 오후 6시께 촬영을 하다 코뼈가 부러져 열흘 가량 촬영을 중단하게 됐다. 그는 김홍도(박신양)와 걸어가며 옥신각신하는 7회분 장면을 찍다 박신양의 팔꿈치에 맞아 코뼈를 다쳐 수술을 했다. 이 사고로 <바람의 화원>은 오는 15~16일 7, 8부가 방영되지 못하고, 대신 ‘바람의 화원 스페셜’이 방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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