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섹스와 공간

섹스와 공간   

     

     적지 않은 20대들이 섹스를 하며 살아간다. 섹스 파트너를 어떻게 구하는가는 각자가 알아서 할 일이고 취향에 따라 다른 문제겠지만, 경제적으로 자립하지 못한 20대들의 공통의 고민이 있으니 그것은 바로 공간의 문제이다. 물론 당신이 방음이 잘되는 원룸에서 살고 있다면 그다지 문제될 게 없을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당신이 아직 부모님의 집에 얹혀살고 있다거나, 기숙사 혹은 자취방처럼 옆방 사람의 핸드폰 진동소리까지 들리는 열악한 주거환경에서 살고 있다면 이는 크나큰 고민거리가 아닐 수 없을 거다. 섹스를 하기 위해선 한 평 이상의 아늑한 공간이 필요한 법인데, 상상력도 주머니도 빈곤한 나에게 이 곳 서울은, 진심으로 나의 즐거움에 도움이 안 되는 곳이다. 


     그렇지만 어쩌겠는가. 급한 놈이 우물을 파는 수밖에. 지난 1년 동안 나와 애인은, 안전하고 만족스러운 섹스를 위해 엉덩이 누일 곳을 찾느라 적지 않은 고민을 했더랬다. 그리하여 결국은 몇 개의 안정적인 공간을 확보하게 됐는데, 물론 여기엔 주변 이들의 조언과 각종 매체들의 도움이 있었으며 그래봤자 크게 새로울 것은 없는 공간들이다. 그래도 혹시 이런 정보가 누군가에게는 지푸라기가 되어 한 번이라도 더 오선생을 모시게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여기에 몇 가지 장소와 비법(?)을 공개하려 한다.


1. 뻔뻔해져라

     방음이 안 되는 자취방이라면, 그냥 그 상태를 즐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물론 옆방 사람을 배려해서 최대한 ‘사운드’는 자제해야겠지만. 부모님 집에 얹혀사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가족들이 집을 비운 때를 노리는 것도 좋다. ‘섹스’라는 활동과는 거리가 멀게 꾸며졌을 당신의 방에서 가족들의 귀가시간을 염두 해 두고 섹스를 즐기는 것은 나름의 스릴과 색다른 기분을 안겨줄 것이다. 다만 조심할 것은, 자취생의 경우 옆방 사람의 성격에 대해 조금 알아 둘 필요가 있겠다. 나의 경우,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었을 무렵, 애인 옆방에 사는 할아버지가 뛰어나와 거세게 문을 두드리며 욕을 한 적도 있다. 물론 부모님의 집을 이용할 경우에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가족들에게 확인 전화를 해본다거나 문을 잠궈 둔다거나 하는 식의 준비가 필요하겠다. 


2. 돈이면 안되는 게 없다

     역시나 서울에선 돈이면 해결 안 될 문제가 없었다. 도심 곳곳에 있는 모텔들이 다 괜한 게 아니었던 것이다. 우선 모텔의 최대 미덕은 방음이 완벽하다는 점이다. 방 안에서 무엇을 하든지,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대신 몰래카메라는 신경 써야 할지도). 그 외에도 숙박보다는 다른 목적으로 많이 쓰이는 공간인 만큼 다양한 시설들이 잘 갖춰져 있어서, 아무런 준비 없이 ‘몸만 가도’ 될 정도다. 하지만 화장대에 놓여있는 로션의 경우엔 향이 정말 별로이고 상표도 미심쩍으므로 여행용 화장품을 들고 가는 게 좋겠다. 콘돔의 경우에도 평소에 즐겨 쓰던 걸 챙겨가는 경우가 더 많더라. 모텔 중에서도 입소문을 통한 별 다섯 개짜리들이 있는데, 이런 곳은 정말이지 일주일에 두 번 정도 가주고 싶은 마음이다. 물론 이건 그저 ‘마음’에 그칠 수밖에 없는데, 모텔 숙박료가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보통 하룻밤 묵어가는 데에는 4-6만원이 필요하고, 네 시간 대실의 경우에도 그것의 절반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 그래서 이런 말이 있지 않은가. 대학생이 모텔에 맛들이면 등이 휜다고.


3. 색다른 장소 찾기

     그 외에 우선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장소는 비디오방이다. 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즐겨 이용하고 있는 곳이겠지만. 비디오방 역시 시설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기본적인 정도의 방음은 되는 곳이고, 조명 또한 나쁘지 않다. 반쯤 누운 자세가 가능한 소파도, 어떤 면에선 침대보다 낫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과 적절한 영화를 선택해 더욱 에로틱한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비디오방의 미덕이다(단, 너무 과한 영상은 피할 것). 항상 어두운 곳이라 위생상태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고, 체위에 따라서 문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밖에 있는 사람과 눈이 마주칠 위험도 있지만, 이쯤은 극복할 수 있을 만큼 비디오방은 매력적인 곳이다.


     비디오방은 식상하다, 더 색다른 장소가 필요하다 하시는 분들은 다양하게 고민해 보시길. 안타깝게도 카섹스는, 차가 없는 본인은 시도해보지 못했으므로 생략하겠다. 대신 사람이 없는 우등 고속버스에서 오럴섹스를 한 적이 있는데, 이 또한 매우 추천하고 싶다. 물론 여기에서 포인트는, ‘사람이 없는’이다. 최소한 ‘사람이 적은’이어야 한다. 아직 시도해보지는 못했지만, 야외 공간이나 강의실 등도 후보에 두고 있는 곳이다. 포르노와 실제 상황은 다르므로 사전에 철저한 준비가 필요함은 당연하다.


     섹스는 수많은 사람들의 일상이고, 수많은 사람들의 놀이일진데 결혼한 부부가 아닌 경우엔 ‘합법적’ 내지는 ‘건전한’ 장소를 확보하기가 어렵다. 때로는 괜히 죄짓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한다. 화사하고 깨끗하면서도 저렴하고 접근하기 쉬운 공간을 원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회에서 너무 큰 욕심을 부리는 걸까?

by 새빨간 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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