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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2/12
    텔레파시 소개(4)
    깜깜

텔레파시 소개

이런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저는 간혹 어린 아이들이 어른들과 대화를 하는 것을 보면 가끔씩 놀라곤 합니다. 신기하지 않으세요? 저 조그만 아이와 다 큰 어른이 통할 수 있다는 것이. 이것은 우리가 성인이 되고 나서도 마찬가지의 일인데, 사람들 사이에서 말이 통한다는 것이 저는 그렇게 신기할 수가 없습니다.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뜻’이 통하고, 전혀 들어본 적도 없는 낯선 음색에 귀가 홀려 눈물이 나기도 하고, 강렬한 색과 빛에 온 정신을 빼앗기기도 하는 것을 떠올려 보면 인간 존재, 인간 사회가 정말로 신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아는 한에서는 지구별에서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종족은 인간종 뿐인 것으로 아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인간종은 인간종이기에 갖는 어떤 비슷한 원초적 경험이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살아오면서 저에게 더 놀라웠던 것은 같은 말을 사용하고, 나이도 얼추 비슷하고, 가까운 공간에서 살아감에도 전혀 말이 안통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입니다. 그것은 정말로 신기한 일이었습니다. 물론 개인은 각자의 맥락 속에서 살아온 존재들이기 때문에 모두가 갖고 있는 생각이 다르고 몸짓이 다르고 말투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귀를 막고 자신의 말만 하고 있는 것은 인간종이 갖고 있는 어떤 원초적 경험을 거부하는 일로밖에 제 눈에는 보이지를 않았답니다.


 


  의사소통가능성 실험단의 프로젝트 텔레파시는 인간종이 인간종이기에 갖고 있는 이 원초적 경험을 되살릴 수 있는지를 실험하고자 하는 프로젝트입니다. 우리는 어디까지 서로를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을까요? 아니, 우리에게 소통과 공감의 가능성이 아직 남아있는걸까요? 우리가 속해 있는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은 사회에는 수많은 ‘주체’들이 ‘난립’하고 있습니다. 너와 나, 여자와 남자,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장애인과 비장애인, 좌파와 우파, 너희와 나, 우리와 너, 수많은 나와 너. 더 이상 주체라는 개념조차 성립되기가 힘든 것이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입니다. 그러나 이 수많은 경계 속에서 오히려 우리는 모두가 주체가 되고 모두가 주변인이 되는 경험을 합니다. 그렇다면 오히려 우리에게는 수많은 우리를 연결해줄수 있는, 미약하더라도 존재하는 끈이 있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직까지는 우리를 인간종으로 여기고 있고 모두가 상징체계를 사용하는 존재들이니까요. 아직 우리에게 서로를 알아갈 수 있는 가능성은 있다고 믿고 싶은 것이 의사소통가능성 실험단의 솔직한 심정입니다.


  프로젝트 텔레파시는 우리가 과연 어느 지점에서 통할 수 있을지, 어떤 방식을 사용했을 때 소통과 공감의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을지, 어떻게 하면 서로가 접고 있던 귀를 펴고 수많은 상대에게 관심을 갖고 귀를 기울일 수 있을지 머리를 쥐어 짜 보았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이번에 선택한 전략과 방법은 바로 우리 모두가 언제나 겪고 있는 일상에 반전을 주고 일상을 새롭게 조합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프로젝트 텔레파시의 창간 준비호는 일상을 조금 비틀어 새롭게 보는 시도를 통해 우리가 어떤 공간에서 살고 있는지, 우리는 생활을 어떻게 영위하고 있는지, 우리는 누구와 살고 있는지를 얘기해 볼 수 있는 ‘꺼리’를 던져볼까 합니다. 텔레파시의 창간준비호를 통한 실험이 과연 성공할 수 있을지, 얼마의 가능성을 확인해 볼 수 있는지는 아직 미지수입니다. 일단 한번 재미로 시작한 부분도 없지 않아 그닥 아쉬울 것은 없지만 이 실험을 새롭게 이끌어가고 싶은 분이나 아직 인간종의 소통가능성에 믿음을 갖고 계신 분은 우리의 다음 실험에 함께 했으면 좋겠습니다. 이왕 같이 살아가는 거 말이 통하면서 살아가면 좋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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