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게시물에서 찾기비바! 레볼루션

1개의 게시물을 찾았습니다.

  1. 2009/02/11
    비바! 레볼루션!
    깜깜

비바! 레볼루션!

 

 

영국의 유명한 좌파 코미디언 마크 스틸의 책이 몇 달 전 '바람구두'(!)라는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나왔다.

 

어찌나 급하게 책을 냈는지 오탈자도 초반부터 마구 발견이 되고 통일성도 좀 떨어지지만, 워낙 글이 유쾌하고 입담스러운 것이 강해 그러려니 하면서 읽게 된다.

 

이 책이 재미있는 것은 무엇보다도 마크 스틸의 독설 어린 입담과 비꼬는 문장(아, 왠지 너무나 영국 사람인듯!) 도 너무나 귀엽고, 통쾌하다.

 

이 책은 마크 스틸이 들려주는 걸죽한 프랑스혁명 이야기다.

 

프랑스혁명을 들려주면서 끊임없이 마크 스틸이 개입했다 빠져나가면서 책에서 눈을 못 떼게 한다.

(이야기를 하면서 영국 왕실과 그 추종자들을 '까대는' 것 역시 빼놓을 수 없고, 온건하기 짝이 없는 영국 정치판을 비웃는 건 기본 옵션이다)

 

그 걸죽함은 가령 이런 식인거다.

 

 "하지만 의회의 결정은 후속 '이간과 시민의 권리 선언'에 의해 뒷받침되었다. 왕실은 여전히 너무나 놀란 나머지 세력화할 틈도 찾지 못했을 즈음이다. 이 인권선언의 발표는 아주 중차대한 순간이라고 할 수 있다. 이로써 귀족들은 세금과 10분의 1세, 귀족 집에서의 집안일 돕기 등을 요구할 권리를 잃게 되었다. 이를 오늘날의 입법 속도와 비교해 보시라. 영국 신노동당 정권이 힘주어 약속한 것 중 하나는 여우사냥의 금지였다. 5년이 지났는데 아직도 그들은 이걸 어떻게 처리할 지 고심 중이다. 정시닝 똑바로 박힌 정부라면 집권 첫 날에 아마 이렇게 시작하는 법률로 당장 통과시켰을 텐데 말이다. "빨간 승마복을 입고 와선 셰리 포도주를 마시고 들판 가득 개들을 풀어 놓으시겠다? 그리곤 여우 창자를 끄집어내는 거 축하한답시고 나팔을 불으시겠다? 당신 좀 심하게 아프시구만. 치료는 해드릴 테니까, 그딴 짓 아젠 절대 못하실 줄 아쇼."

 

또는,

 

"그런데 자코뱅이 오늘날의 좌파정당과 비슷하게 굴었던 게 한 가지 있다. 새 의회 구성을 위한 선거를 목전에 두고서 분열한 것이다. 공화국을 지지하는 로베스피에르의 연설을 듣고선 절반 너머의 회원들이 모임을 떠나버린거다. 남은 자코뱅들은 가입비를 감액함으로써 이 사태의 해결을 도모했으며, 프랑스 전역에 걸쳐 500여 개의 분점을 열게 되는 성과를 거두었다. 리옹에만 해도 자코뱅 당원이 3천에 달했다. 물론 처음부터 회원이었던 사람들 입장에서는 약이 올랏을 수도 있겠다. 마치 하위리그에 있을 때부터 응원했던 팀이 프리미어리그로 승격하자 이렇게 투덜대는 축구팬처럼 말이다. "우리 팀이 개판일 때가 훨씬 좋았어." "

 

"전쟁이 벌어진 뒤 최초로 프랑스군은 전선을 지켰다. 후다닥 파리로 진격하리라 싶었던 브런즈윅공은 충격에 휩싸여 당황했다. 브런즈윅공에겐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의 군대에는 요한 괴테라는 부대원도 있었다. 훗날 세계적인 문화가 될 바로 그 젊은이가 거기서 그날의 사태를 낱낱이 기록한 것이다. 브런즈윅공은 마치 대사를 까먹어 연기를 망친 배우가 나중에 쟁쟁한 비평가는 다 왓었다는 소식을 전해드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으악, 그 빌어먹을 괴테도 왔다구? 왜 하필 오늘 같은 날 온 거냐구. 베르됭에나 오지 말이야. 거기선 하룻밤에 죄다 휩쓸었는데 말이지.""

 

등등.

 

프랑스혁명의 온갖 사소한 이야기들로 당시의 분위기를 복원해 내는 것도 대단하고, 프랑스혁명의 의미를 계급적 성격으로 찾아내는 일관성도 아주 설득력이 있다.

 

"프랑스대혁명을 이끌어낸 발상과 사건들을 보다 잘 이해하려면, '계급'이란 말을 둘러싼 오해를 걷어내는 게 도움이 된다. 예컨대 오늘날 육체노동에 종사하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노동자계급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고 여겨지곤 한다. 하지만 휴대용 컴퓨터와 핸드폰을 가지고 일하는 사람에게 이런 발명품이 그들의 삶을 보다 편안하게 만들었다고는 할 수 없다. 그보다는 출퇴근하는 동안에도 일을 해야하는 사묵직 노동자로 만들었다는 편이 더 옳다. 19세기 방직공장 노동자들도 그렇지는 않았다. 그들이 퇴근하면서 계속 베틀을 휴대하고 빙빙 돌려야 했던 것은 아니지 않은가. 그리고 대부분의 비제조업 일자리들은 '중간계급'이란 호칭에 어울리지 않는다. 버거킹에 뚜벅뚜벅 걸어가 이렇게 외침으로써 카운터의 직원을 얼떨떨하게 만드시려는가? "당신은 당신이 그건 줄 알지, 응? 이 거만한 중간계급 속물아!" (킥킥)

 

해당 사회가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과 한 인물이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에 의해 결정되었을 때의 계급이라야 실질적인 의미를 지닌다.

 

프랑스대혁명 직전의 수백 년 동안 오늘날과 같은 의미의 노동자 계급이라고 얘기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사회의 여러 구성부분들 사이의 차이는 아주 심했으며, 이들은 사회가 물건을 생산하는 방식을 두고서 이해관계의 충돌을 겪곤 했다. "

 

 

출퇴근하며 오며 가는 길에 읽느라 죽죽 보지를 못하는데, 이 책 읽다가 내리는 곳을 지나친 적도 있다.

 

얼마나 이 책이 웃기느냐 하면 무려 캡션을 보다가도 킥킥 거리게 된다는 것이다.

 

 

 

이 유쾌한 혁명찬가를 읽으면서 드는 느낌은 정말 이렇다.

 

 

그래, 비바! 레볼루션!!

 

이 사회에도 비바! 레볼루션!

 

"파업투쟁이나 시위에 한번이라도 참여해 본 사람은 잘 알 것이다. 지ㅣ배권력에 도전하는 사건들의 경우, 바로 그 다음날에도 심각하게 왜곡된다는 것을. 그러니, 200년 전 일이라면 오죽하겠는가. 근세에 일어난 여러 사건들의 경우처럼, 대혁명 관련자들이 근본부터 썩었다는 편견을 일단 걷어내고 나면, 완전히 색다른 그림이 펼쳐진다. 프랑스대혁명이 졸지에, 오늘나르이 우리들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이야기로 둔갑하는 것이다. 우리와 너무 비슷한 보통사람들이 너무나 보통스럽지 않은 대장정에 몸을 담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 혁명은 우리 시대를 보여주는 지침서이자 영감의 원천으로서 주목해볼 만한 가치를 지닌다. 게다가 대혁명 이야기는 완전 흥미진진하고 진짜 강렬하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