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8/08/13 13:02

뒷 자 리


맨 앞에 서진 못하였지만
맨 나중까지 남을 수는 있어요

 

남보다 뛰어난 논리를 갖추지도 못했고
몇마디 말로 대중을 휘어잡는 능력 또한 없지만
한번 먹은 마음만은 버리지 않아요

 

함께 가는 길 뒷자리에 소리없이 섞여 있지만
옳다고 선택한 길이면 끝까지 가려 해요

 

꽃 지던 그 봄에 이 길에 발디뎌
그 꽃 다시 살려내고 데려가던 바람이
어느새 앞머리 하얗게 표백해버렸는데

 

앞에 서서 그렇게 자신만만하던 이들이
참을성 없이 말을 갈아타고
옷 바꿔 입는 것 여러번 보았지요

 

따라갈 수 없는 가장 가파른 목소리
내는 사람들 이젠 믿지 않아요

 

아직도 맨 앞에 설 수 있는 사람 못된다는 걸
잘 알지만 이 세월 속에
드릴 수 있는 말씀은 한가지예요

 

맨 나중까지 남을 수 있다는... 

 

 

-도종환 님의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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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8/13 13:02 2008/08/13 1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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