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술 - 2008/08/12 06:18

○ 전쟁원칙


전쟁의 원칙이란 이것을 잘 이해하여 적용하면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되는 내용이다. ‘원칙’이라는 의미에서 알 수 있듯이 거의 모든 전쟁에 적용되고, 시간이 흐르더라도 변화하는 폭이 크지 않으며, 이것을 촉매로 하여 사고하면 승리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지휘관과 참모들은 전쟁의 원칙을 대입하여 상황에 부합되는 부대 운용방향을 결정한다. 예를 들면, 지휘관이 집중의 원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주공지역에 강하고 많은 군사력을 할당하는 대신에 조공지역에는 최소한의 군사력을 할당하고, 기습의 원칙을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적을 기습공격하거나 기만하기 위한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게 된다. 엄밀하게 말하면 ‘전쟁의 원칙’보다는 ‘전승의 원칙’이 더욱 타당한 명칭이라고도 할 수도 있다.


전쟁의 원칙은 무수한 전례(戰例)를 통하여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원칙이라고 판단되는 공약수를 도출하고 이를 몇 가지로 함축한 결과이다. 어느 한 사람이 집중적으로 연구한 것이라기보다는 수많은 명장들과 전략가들의 경험과 연구결과가 누적되어 형성된 결과이다. 다만 영국의 풀러(J. F. C. Fuller)는 이를 숙지하기 쉬운 몇 가지 요소로 정리하였을 뿐이다. 따라서 누구라도 이를 진정으로 이해하면 당시 상황에 부합되는 승리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 질병치료에 성공한 사람이나 의사가 건강증진을 위한 원칙들을 몇 가지로 함축하여 제시하고, 사람들이 이를 촉매로 하여 자신의 신체에 부합되는 나름대로의 건강증진 방법을 개발하여 실천하는 것과 같다. ‘전쟁의 원칙’이라는 명칭을 사용하는 국가도 있고 그렇지 않은 국가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이러한 차원의 내용은 보유하고 있다.  


전쟁의 원칙은 군사학(military science)의 출발점이면서 결정체이다. 몇 가지 원칙을 적용하면 승리의 방법을 발견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은 군사문제를 과학화하는 출발점이고, 과거의 전례를 분석하여 공통적인 요소를 도출해내는 것도 과학에 있어서 전형적으로 사용되는 경험주의적 접근방법이다. 전쟁의 원칙을 골간으로 하여 더욱 구체적인 개념과 구현방안을 발전시킨 것이 현재의 군사학이라고도 할 수 있다. 동시에 그러한 군사학의 발전내용들이 전쟁의 원칙의 내용을 계속적으로 개선하여 나간다는 측면에서 보면, 전쟁의 원칙은 군사학에 대한 연구와 발전 결과의 압축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전쟁의 원칙은 군사문제의 법칙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원칙’이라는 의미에서 보듯이 대체적인 방향을 의미한다. 제시되고 있는 원칙 자체로서 승리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고, 지휘관이나 참모들이 그 당시 상황에 맞도록 원칙을 적절하게 적용하거나 구현해야 한다. 따라서 전쟁에서의 승리 여부는 특정 원칙의 질에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지휘관이 그 원칙의 깊은 의미를 깨달은 상태에서 실전에서 그것을 촉매로 하여 승리의 방법을 찾아내고 구현하는 질에 의존한다. 패배를 하는 지휘관은 전쟁의 원칙을 몰라서가 아니라 그것을 구현하는 데 있어서 미흡함이 있었기 때문이다. 


전쟁의 원칙은 전쟁의 역사와 함께 다양한 형태로 정리되어 전파되었겠지만, 기록으로 남겨진 예는 많지 않고, 문서의 형태로 남아있다고 하더라도 전쟁의 원칙이라는 명칭으로 기술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고대 장군들의 어록이나 병서들은 대부분 승리의 방법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되는 내용들이고, 후세들에게 이를 상황에 맞도록 적용할 것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대부분 전쟁의 원칙에 해당되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동양의 대표적인 이론서인 「손자병법」에서는 승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요소들을 언급하고 있고, 전체적인 내용을 통하여 ‘기습’을 특별히 강조하고 있다.  


서양에서 현대적 전쟁의 원칙에 관한 소재를 제공한 지휘관은 나폴레옹이지만, 그 자신은 전쟁에 관한 이론서를 남기지 않았다. 대신에 나폴레옹의 전례를 전체적으로 분석해보면 가장 강조한 전쟁의 원칙 차원에 해당되는 내용은 ‘집중’과 ‘기동’이라고 할 수 있다. 그가 수행한 대부분의 전역에서 나폴레옹은 상대적 우세의 달성과 보병들의 빠른 기동을 강조하였다. 나폴레옹이 수행한 전역을 연구하여 전쟁의 원칙에 해당되는 내용을 도출하고 제시하려고 노력한 사람은 조미니인데, 「전쟁술(Art of War)」의 저변을 흐르는 원칙적인 내용은 역시 ‘집중’과 ‘기동’이다. 조미니가 가장 강조한 것이 ‘작전선(line of operation)’과 ‘결정적 지점(decisive point)’인 것으로도 알 수 있다. 


전쟁의 원칙이라는 이름으로 과거로부터 전해 내려오는 다양한 내용들을 몇 가지 함축적인 요소로 정리하여 제시함으로써 현재와 같은 틀을 형성한 사람은 영국의 풀러이다. 풀러는 평범한 군인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전쟁에서의 승리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요약하여 1912년에 최초로 발간한 이래 지속적으로 수정하였고, 영국군은 제1차대전 후 풀러의 견해를 바탕으로 하여 ‘목표의 유지(Maintenance of Objective), 공세적 행동(Offensive Action), 집중(Concentration), 병력절약(Economy of Force), 보안(Security), 이동성(Mobility), 협동(Co-Operation)’의 8가지를 공식적으로 선정하였으며, 미군들은 1921년 그들의 훈련규정 100-5를 통하여 영국군의 전쟁원칙을 받아들였고, 이것이 현재 세계에 통용되는 전쟁원칙의 원형이 되었다. 따라서 이후에 진행된 전쟁원칙에 관한 연구는 이러한 풀러의 내용을 기초로 하여 몇 몇 군사이론가들이 가감 또는 변경하거나, 국가별로 그 국가의 상황에 맞도록 일부 내용을 수정한 데 불과하다.


미국의 경우에는 1949년에 미 육군의 「야전근무규정(U.S. Army Field Service Regulation)」에 9가지의 전쟁원칙을 선정한 이래 지금까지 사용하고 있는데, 목표(Objective), 공세(Offensive), 집중(Mass), 병력절약(Economy of Force), 기동(Maneuver), 지휘통일(Unity of Command), 보안(경계, Security), 기습(Surprise), 간명성(Simplicity)’이다. 그리고 영국의 경우는 현재 '목적의 선정과 유지(The Selection and Maintenance of the Aim), 사기 유지(Maintenance of Morale), 보안(Security), 기습(Surprise), 공세적 행동(Offensive Action),  군사력 집중(Concentration of Force), 노력의 절약(Economy of Effort), 융통성(Flexibility), 협동(Cooperation), 지속성(Sustainability)'의 10가지를 열거하고 있다. 그 외에도 세계 대부분의 민주주의 국가에서 원칙의 명칭이나 일부 내용은 다르더라도 대체적으로 풀러의 틀을 수용하고 있다. 


한국군은 처음에는 미군들의 전쟁의 원칙을 수정없이 적용하였고, 전사의 분석이나 군사학의 교육시에 중요한 기준으로 사용하였다. 그러다가 점점 한국군 실정에 맞도록 원칙의 종류와 원칙을 설명하는 내용들을 발전시켰는 바, ‘정보, 창의, 사기’ 등의 무형적인 요소를 중시하여 추가시켰다. 최근에는 전쟁의 원칙의 명칭을 ‘군사작전 원칙’으로 변경하고, 그 내용도 합동작전에 중점을 두어  ‘목표, 정보, 방호, 지휘통제, 주도권, 통합, 지속성, 사기’로 대폭 조정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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