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0/02/25 00:58

노동의 밥  (백무산)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펄펄 살아 튀는 밥을 먹으리라
먹은 대로 깨끗이 목숨 위해 쓰이고
먹은 대로 깨끗이 힘이 되는 밥
쓰일 대로 쓰인 힘은 다시 밥이 되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이

목숨보다 앞선 밥은 먹지 않으리
펄펄 살아오지 않는 밥도 먹지 않으리
생명이 없는 밥은 개나 주어라
밥을 분명히 보지 못하면
목숨도 분명히 보지 못한다

살아 있는 밥을 먹으리라
목숨이 분명하면 밥도 분명하리라
밥이 분명하면 목숨도 분명하리라
피가 도는 밥을 먹으리라
살아 있는 노동의 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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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25 00:58 2010/02/25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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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아둘 글 - 2010/02/11 15:21

1960년 4월 19일이나라 젊은이들의 혈관속에 정의를 위해서는 생명을 능히 던질 수 있는 피의 전통이 용솟음치고 있음을 역사는 증언한다.

 

부정과 불의에 항쟁한 수만명 학생대열은 의기의 힘으로 역사의 수레바퀴를 바로 세웠고 민주제단에 피를 뿌린 185위의 젊은 혼들은 거룩한 수호신이 되었다.

 

 

해마다 4월이 오면 접동새 울음속에 그들의 피묻은 혼의 하소연이 들릴것이요

해마다 4월이 오면 봄을 선구하는 진달래처럼 민족의 꽃들은 사람들의 가슴마다 되살아 피어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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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2/11 15:21 2010/02/11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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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2 13:53

슬픔의 힘

 

1
욕망이 세상을 움직이는 힘이긴 하지만
욕망은 세상을 멸망하게 하는 힘이기도 하다.
한 그릇의 밥을 끊이는 불이
세상을 잿더미로 만들 수도 있듯이
그렇게 무언가 불길한 것이 지금 시작되고 있다.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이
사랑하는 이들의 잠자리를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하고
지금 숲가에 서 있는 나의 적막한 한순간까지도
불결한 것으로 만들기도 한다.

지금 저 밤나무 뒤편으로 우거진 숲이
나를 거부하는 이유도 이것 때문일 것이다.
우리에게 불은 더 이상
우리를 감추면서 드러내는 빛이 되지 못한다.

우리에게 불은 위험이며 재난의 표지일 뿐
우리 사랑의 작은 불꽃에서조차
우리는 세상의 끝까지 번져가는 불길의 위험을 느낀다.
숲은 제 속에서 자신을 드러내며
잠잠히 이 재난을 거부한다.

2
나는 숲가에 발을 멈춘다.
숲은 나를 거부하며 말하고 있다,
이제 전환이 필요하다고.

하지만 나는 알고 있다,
불꽃은 세상의 끝에 닿아 더 이상 태울 게 없을 때까지
멈추지않는다는 것을,
그리하여 너무 늦기 전에는 전환이 일어나기 어렵다는 것을.
내 슬픔의 이유는 바로 이것이라고
나는 말한다.

나는 밤나무 숲속으로 걸어들어간다.
숲은 여전히 우리의 재난을 거부하지만
또한 우리의 슬픔을 받아들인다는 듯
내 이마에 물방울을 떨어뜨린다.
나는 밤나무 가지 사이의 하늘을 올려다본다.

불길이 세상의 끝까지 태우는 것보다 더 큰 재난은
우리 작은 사랑의 불에서조차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보는 거라고
밤나무 가지 사이에서 누군가 나에게 속삭인다.
슬픔이 세상을 태우는 불길을 끄지는 못하지만
세상을 태우는 불길로부터
작은 사랑의 불을 지킬 수는 있을 거라고
그래서 때로 우리가 은은히 빛날 수도 있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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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13:53 2010/01/22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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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22 13:25

우리가 눈발이라면

  

 

우리가 눈발이라면

 

허공에서 쭈빗쭈빗 흩날리는

 

진눈깨비는 되지 말자

 

세상이 바람 불고 춥고 어둡다 해도

 

사람이 사는 마을

 

가장 낮은 곳으로

 

따뜻한 함박눈이 되어 내리자

 

우리가 눈발이라면

 

잠 못 든 이의 창문 가에서는

 

편지가 되고

 

그이의 깊고 붉은 상처 위에 돋는

 

새 살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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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22 13:25 2010/01/22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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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16:52

후손들에게

I

참으로 나는 암울한 세대에 살고 있구나!
악의없는 언어는 어리석게 여겨진다. 주름살 하나없는 이마는
그가 무감각하다는 것을 나타낸다. 웃는 사람은
단지 그가 끔직한 소식을
아직 듣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 줄 뿐이다.

나무에 관해 이야기 하는 것이
그 많은 범죄행위에 관해 침묵하는 것을 의미하기에
거의 범죄처럼 취급받는 이 시대는 도대체 어떤 시대란 말이냐!
저기 한적하게 길을 건너는 사람을
곤경에 빠진 그의 친구들은
아마 만날 수도 없겠지?

내가 아직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믿어 다오. 그것은 우연일 따름이다. 내가
하고 있는 그 어떤 행위도 나에게 배불리 먹을 권리를 주지 못한다.
우연히 나는 해를 입지 않았을 뿐이다.(나의 행운이다하면, 나도 끝장이다.)

사람들은 나에게 말한다. 먹고 마시라고. 네가 그럴 수 있다는 것을 기뻐하라고!
그러나 내가 먹는 것이 굶주린 자에게서 빼앗은 것이고,
내가 마시는 물이 목마른 자에게 없는 것이라면
어떻게 내가 먹고 마실 수 있겠는가?
그런데도 나는 먹고 마신다.
나도 현명해지고 싶다.
옛날 책에는 어떻게 사는 것이 현명한 것인지 쓰여져 있다.
세상의 싸움에 끼어 들지 말고 짧은 한평생
두려움 없이 보내고
또한 폭력 없이 지내고
악을 선으로 갚고
자기의 소망을 충족시키려 하지 말고 망각하는 것이
현명한 것이라고.
이 모든 것을 나는 할 수 없으니,
참으로 나는 암울한 시대에 살고 있구나!

II

굶주림이 휩쓸고 있던
혼돈의 시대에 나는 도시로 왔다.
반란의 시대에 사람들 사이로 와서
그들과 함께 분노했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싸움터에서 밥을 먹고
살인자들 틈에 누워 잠을 자고
되는대로 사랑에 빠지고
참을성 없이 자연을 바라보았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나의 시대에는 길들이 모두 늪으로 향해 나 있었다.
내가 사용하는 언어는 도살자들에게 나를 드러내게 하였다.
나는 거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러나 지배자들은
내가 없어야 더욱 편안하게 살았고, 그러기를 나도 바랬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힘은 너무 약했다. 목표는
아득히 떨어져 있었다.
비록 내가 도달할 수는 없었지만
그것은 분명히 보였다.
이 세상에서 내게 주어진
나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III

우리가 잠겨 버린 밀물로부터
떠올라 오게 될 너희들.
부탁컨대, 우리의 허약함을 이야기할 때
너희들이 겪지 않은
이 암울한 시대를
생각해 다오.

신발보다도 더 자주 나라를 바꾸면서
불의만 있고 분노가 없을 때는 절망하면서
계급의 전쟁을 뚫고 우리는 살아왔다.

그러면서 우리는 알게 되었단다.
비천함에 대한 증오도
표정을 일그러 뜨린다는 것을.
불의에 대한 분노도
목소리를 쉬게 한다는 것을. 아 우리는
친절한 우애를 위한 터전을 마련하고자 애썼지만
우리 스스로 친절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너희들은, 인간이 인간을 도와주는
그런 세상을 맞거든
관용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생각해 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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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16:52 2010/01/16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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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16:49

먼 저편
- 미래의 착취자가 될지도 모를 동지들에게
 


지금까지
나는 나의 동지들 때문에 눈물을 흘렸지.
결코 적들 때문에 눈물을 흘리지는 않았다.
오늘 다시 이 총대를 적시며 흐르는 눈물은
어쩌면 내가 동지들을 위해 흘리는 마지막
눈물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 멀고 험한 길을 함께 걸어왔고
또 앞으로도 함께 걸어갈 것을 맹세했었다.
하지만
그 맹세가 하나 둘씩 무너져갈 때마다
나는 치밀어 오르는 배신감보다는
차라리 가슴 저미는 슬픔을 느꼈다.
누군들 힘겹고 고단하지 않았겠는가
누군들 별빛 같은 그리움이 없었겠는가
그것을

우리 어찌 세월 탓으로만 돌릴 수 있겠는가
비록 그대들이 떠나 어느 자리에 있든
이 하나만은 꼭 약속해다오
그대들이 한때 신처럼 경배했던 민중들에게
한줌도 안 되는 독재와 제국주의의의 착취자들처럼
거꾸로 칼끝을 겨누는 일만은 없게 해다오
그대들 스스로를 비참하게는 하지 말아다오
나는 어떠한 고통도 참고 견딜 수 있지만
그 슬픔만큼은 참을 수가 없구나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빈산은 너무 넓구나
밤하늘의 별들은 여전히 저렇게 반짝이고
나무들도 여전히 저렇게 제 자리에 있는데
동지들이 떠나버린 이 산은 너무 적막하구나

먼 저편에서 별빛이 나를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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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16:49 2010/01/16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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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2:11

나의 당에게

 

그대 덕분에 나는
낯선 사람들과 형제가 되었다

 

그대 덕분에 나는
살아 뻗어가는 모든 세력에 가담했다

 

그대 덕분에 나는
다시 태어나 조국을 되찾았다

 

그대는 나에게 주었다
외로운 사람들이 알지 못한 자유를

 

그대는 나에게 가르쳐 주었다
친절이 불처럼 타오르는 것을

 

그대는 똑바로 서게 해 주었다
똑바로 뻗어가는 나무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사람들 사이의 일치점과 상이점을 분별하는 기술을

 

그대 덕분에 나는 알았다 한 사람의 고통이
어떻게 하여 만인의 승리 속에서 사라지는가를

 

그대 덕분에 나는 배웠다
형제들의 딱딱한 침대에서 자는 기술을

 

그대는 현실 위에 나를 붙박아 주었다
꿋꿋하게 바위 위에 서 있는 것처럼

 

그대 덕분에 나는 악당들의 적이 되고
분노한 사람들을 지켜주는 벽이 되었다

 

그대는 내가 보도록 해 주었다
빛으로 가득찬 밝은 세계와 커져가는 기쁨을

 

그대는 내가 사멸하지 않도록 해 주었다
왜냐하면 그대 속에서 나는 이미 나 혼자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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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2:11 2010/01/16 0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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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9

찬가  

 

나는 검이다 나는 불꽃이다

 

나는 어둠 속에서 그대들을 비췄다 전투가 개시되었을 때 나는

나아가 싸웠다 최전선에서

 

   내 주위 여기저기에 동지들의 시체가 누워 있다 그러나 우리들은

   싸웠다 승리했다 그러나 여기저기 사방에 동지들의 시체가 있다 환호하

는 승리의 노래  소리에 섞여 죽음을 애도하는 합창이 울려 퍼진다 그러나

우리들에게는 기뻐해야 여유도 슬퍼해야 할 여유도 없다 다시 트럼펫

소리가 울려 퍼지고 새로운 전투가 시작된다

 

나는 검이다 나는 불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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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9 2010/01/16 0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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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8

죽음을 대하고 

 

나는 죽을 준비가 되어 있네 언제라도
지금이라도 나는 벗이여 사십 년이란 내 삶의
뒤안길을 머뭇거리며 돌아보지 않고
의연하게 먼 산을 바라보며 저승의 사자를 맞이할 수 있을 것 같네
그것이 어떤 이름의 죽음일지라도 상관없이
왜냐하면 삶과 한가지로 죽음도
스스로 기꺼이 맞이해야 할 설이고 추석이고 축제이기 때문이네
마지못해 영위되는 삶은 인간의 삶이 아니네
억지로 가는 길은 노예의 길이네

 

그러나 다만 억울한 것은 벗이여(그대는 믿어주겠지)
사랑의 팔로 여인의 육체를 단 한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가는가 하는 것이라네
소위 저 세상으로 말이네
다만 억울한 것은 벗이여(그대는 고개를 끄덕여 주겠지)
세상의 모든 죄악의 뿌리
사유재산의 뿌리를 뽑아버리지 못하고 가는가 하는 것이라네

 

그러니 벗이여 내가 죽거들랑 속삭여 주게
바람에 날려 대지 위를 굴러가는 가랑잎의 귀에 대고
남주에게도 여인이 있었다고 혼신의 힘으로 사랑했던
그녀가 나를 사랑했는지 사랑했다면 어떻게 사랑했는지
이제 와서 알 수도 없거니와 내 알 바도 아니지만
나는 그녀를 사랑했다고 손익계산의 척도로
사랑의 눈금을 재지는 않았다고
그러니 내가 죽거들랑 벗이여 전해다오
가난에 주눅이 들고 땅에서 학대받는 이들에게
부자들을 저주하다가 남주는 죽었다고 부자들은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불구대천의 원수라고
원수는 갚으라고 저기 저렇게 있는 것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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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8 2010/01/16 0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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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01/16 01:56

그랬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로마를 약탈한 민족들도

약탈에 저항한 사람들을 감옥에 처넣기는 했으되

펜과 종이는 약탈하지 않았구나 그래서

보에티우스 같은 이는 감옥에서

'철학의 위안'을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캄캄한 중세 암흑기에도

감옥에는 불이 켜져 있었구나 그래서 그 밑에서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을 쓰게 되었고

세르반테스는 '돈키호테'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전제군주 짜르 체제에서도 러시아에서도

시인에게서 펜만은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체르니세프스키 같은 이는 감옥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를 쓰게 되었구나

 

아 그랬었구나

일제 식민지 시대에서도

우리 민족을 노예로 전락시키고

우리말 우리 성까지 빼앗아간

이민족의 치하에서도

감옥에서 펜과 종이를 빼앗아가지 않았구나

그래서 단재 신채호 선생 같은 이는 여순옥에서

'조선상고사'를 쓰게 되었구나

우리말로 우리 역사를!

 

아 역사를 거꾸로 살 수 있다면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차라리 나는 고대 노예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중세 농노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차라리 나는 일제치하에서 다시 태어나고 싶구나

펜도 없고 종이도 없는 자유대한에서 그 감옥에서 살기보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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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1/16 01:56 2010/01/16 0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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