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더의 역사>

"사냥의 중요성에 대한 분석은 초기 인류 발전사를 다시 자리매김하게 했다. ... 그러나 직립보행은 도구를 제작한 시기보다 약 200만년 정도 앞서있다. ... 만약 직립보행을 하도록 한 동력이 사냥이 아니었다면 무엇이었을까? ... 원시인류와 초기 인류의 어머니들이 아이를 데리고 다니기 위한 필요성에서 직립보행이 비롯된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첫 도구는 세계의 모든 문화권에서 발견되는 유아를 데리고 다니는 데 필요한 멜빵종류가 아니었을까? ... 이러한 질문은 '남성 사냥인/여성 채집인'이라는 커다란 전체 이분법에 의문을 제기한다. ... 대부분의 채집사회에서 성별노동이 일정한 형태로 존재했다. 그러나 성별노동은 보편적인 것이 아니었으며, 구석기 시대 유물을 살펴볼 때 누가 이 도구를 사용했는지를 알 수 있는 명백한 증거는 없다. 여성이 사냥하는 문화에서는 여성이 아이를 멜빵 같은 데 메고 다니거나 아니면 다른 가족 구성원에세 맡겨둘 수 있었다. 따라서 생물학적 필요성이 아닌 문화적인 규범을 남성 사냥의 토대로 이해해야 한다."

메리 E. 위그너-행크스, <젠더의 역사>, 역사비평사.

처분할 책 골라내다가 우연히 읽게 된 옛 밑줄. 
그냥 생각이 드는 건,
경제가 우선적으로 혹은 최종적으로 규정한다는 명제는 부지불식간에 과학적 분석이 아닌 선험적 재단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생각. 임금노동으로 종속되어 있는 관계가 실제 전체 사회에 규정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다면, 실제 여러 사회관계에 어떠한 지배적인 영향력을 미치는지 드러내면 되는 것이다. 그게 안 되는데 우기는 건 유물론적 역사파악과 거리가 멀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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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12/04 22:09 2013/12/04 2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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