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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연대·민변 삼성그룹·총수일가 고발장 전문

삼성그룹 및 총수일가 불법행위 검찰 고발에 즈음한 입장

지난 10월 29일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을 통해 세상에 알려진 김용철 전 삼성그룹 구조조정본부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은 우리 모두를 전율케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가 지난 29일 이후 오늘까지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신부님들과 참여연대에 진술한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는, 그룹의 지배권을 그룹회장의 아들에게 넘겨주기 위해 온갖 편법을 동원한 것, 편법 세습과 삼성그룹의 여타 불법과 편법을 은폐하기 위해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들 검은 돈으로 사법기관은 물론이거니와 관료, 언론계, 학계마저 자기편으로 만들어 버린 것입니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표명했듯이 “재벌이 온 사회를 장악하고 흔드는 이 현실은 경제정의 질서와 민주주의의 근본을 위태롭게 하는 불의이며 새로운 폭력입니다.”

삼성그룹이 불법과 편법으로 그룹 지배권 승계를 시도한 것은 한 두 번이 아닙니다.

1996년의 삼성에버랜드 전환사채 발행사건과 1996년 서울통신기술 전환사채 발행사건, 1997년의 삼성전자 전환사채 발행사건과 1999년의 삼성SDS 신주인수권부사채 발행사건, 2001년 e삼성 등 이재용씨 보유 인터넷벤처기업 주식 계열사 매입사건 등이 바로 그것들입니다.

또한 삼성그룹의 불법정치자금 제공과 로비도 여러 번 문제되었습니다. 검찰이 밝힌 삼성그룹의 2002년 불법대선자금만 370여억 원이었고, 이른바 ‘안기부 X파일’을 통해서도 1997년 대선에 즈음하여 주요 대선후보들에게 불법정치자금이 뿌려졌다는 사실도 알려진 바 있습니다. 

삼성그룹이 검사들에게 조직적이고 오랫동안 금품을 제공해온 것은 물론이거니와 언론계, 정부관료, 학계에마저 온갖 유혹과 압력으로 검은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는 것도 상식이 되어버렸습니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사건의 진상이 분명히 밝혀지고, 책임자가 엄벌에 처해진 적은 없습니다. 에버랜드 전환사채 사건과 관련하여 허태학, 박노빈 두 전, 현직 사장이 처벌을 받았지만, 고용된 경영진에 불과한 그들은 그룹 지배권의 변동을 불러일으킬만한 사건의 몸통이라 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입니다. 

반면, 삼성그룹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일선에서 진두지휘 해 온 이학수, 김인주 두 사람은 기소도 되지 않았으며, 사건의 본질이자 실체인 이건희 회장에 대한 소환조사는 석연치 않은 이유로 거듭 미뤄져 왔습니다.

대선자금 수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삼성그룹의 실세라고 할 수 있는 이학수 부회장이 불구속 처벌받았지만, 자금의 출처는 제대로 파헤쳐지지도 못했으며, 이건희 회장은 역시 수사대상이 아니었습니다. 

이 두 사건처럼 그나마 일부 임직원이 희생양이 된 사건도 있지만, 다른 사건들과 의혹들은 검찰에 의해 단 한 번도 제대로 진상이 규명되지도, 누구도 처벌받지도 않았습니다. 검찰은 철저한 수사는커녕 불법행위 의혹 대상자들에게 면죄부만 주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영원히 감출 수 없다는 말처럼, 그동안 의혹과 소문으로만 떠돌던 삼성그룹의 불법행위들이 속속들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번 김용철 전 법무팀장이 밝힌 내용들은, 본인이 직접 체험한 사실들이라는 점에서 우리에게 더 큰 충격을 주었으며, 진실규명의 필요성과 가능성은 더 높아졌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과 참여연대는 이번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본인 스스로 불법행위 관여에 대한 처벌을 감수하면서 밝힌 내용이라는 점에 주목합니다. 참여연대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이번 사건을 처음 공개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과 협의한 결과, 김용철 전 법무팀장의 ‘양심고백’을 바탕으로 이 사건에 대한 고발을 결정했습니다.

우리는 고발장을 제출하는 현 시점에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이 한점의 의혹이나 어떠한 성역도 없이 철저한 수사를 통해 진실을 규명하고, 위법행위를 처벌할 것을 요구합니다. 

본인도 모르는 차명계좌가 개설된, 증거가 명백한 이번 사건에 대해 검찰은 고발장이 들어오기에 앞서 수사에 착수했어야 마땅합니다. 검찰은 고발장이 들어오기를 기다려 처리하는 기관이 아니라 불법행위를 수사하고 처벌하는 기관입니다. 

불법을 뿌리 뽑겠다는 의지만 있다면 먼저 나서는 것이 당연한 것 아니겠습니까? 그러나 삼성 앞에만 서면 작아지는 검찰의 모습은 이번 사건에서도 어김없이 현실로 나타났습니다. 

때문에 우리는 오늘 고발에 대해 검찰이 ‘삼성그룹 눈치보기’를 벗어나 성역 없이 수사할 것인지 걱정되는 마음도 없지 않습니다. 검찰은 이른바 ‘삼성 장학생’이라는 스스로에게 쏠린 의혹을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떤 성역도 없이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행위를 단호히 처벌해야 할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검찰이 수사의지를 분명히 밝히는 한편, 삼성으로부터의 각종 로비와 영향력 행사를 차단하기 위해 대검찰청에 특별수사팀을 구성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번 사건을 일반사건처럼 다룰시, 수사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보장 할 수 없다는 점은

삼성과 이건희 회장이 연루된 각종 사건의 수사에서 이미 확인된 바입니다.

이제 공은 검찰에 넘어 갔습니다. 이번에도 검찰이 소극적인 수사로 사건의 전모를 밝히지 못한다면, 국민들은 대한민국의 공권력을 총체적으로 불신하게 될 것입니다. 검찰의 신속하고도 철저한 대응을 촉구합니다.

2007. 11. 6.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 참여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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