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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1009 무기력증

7일이나 쉬는 동안 거의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지내다보니, 6일 째 되는 날에는 약간의 불안, 초조 증상이 나타나려는 기미가 보였다. 그렇다고 전반적인 무기력증을 어쩌기는 힘들고...

하지만, 오늘 다시 일을 시작한다는 생각에 약간 설레고 힘이 나는 건 왜일까? 어제 엄청 늦게 잠들어서 불과 세 시간 정도밖에 눈을 붙이지 못했지만, 일찍 준비를 마치고 블로그에 들어와 본 나를 보라!!

아무래도, 일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인간인건가...

 

월요일 부터 일요일 까지 총 7일의 휴일 중 반 이상은 아파서 뻗어있었다. 사실, 적어도 전 주 목요일 오후 부터 시달린 어지럼증과 메스꺼움, 두통과 목아픔, 그리고 온몸이 아프고 힘이 하나도 없는 증상은 필시 몸살이었을텐데, 단지 과로로 인한 체력 저하로만 생각했던 것이었다. 어떻게 이렇게 미련할 수가 있는건지...일을 거의 할 수 없었던 일요일이 되어서야 혹시? 하는 생각이 들었고, 집에 일찍 들어가는 길에 약국에서 몸살약을 사먹었다. 사실상 토요일 오후 부터 나는 거의 병인의 상태로 돌입. 월요일엔 겨우 일어나서 병원에 가서 주사를 먹고 약을 받아왔다. 그리고 정말 있는 힘을 다해서, 다음 날 부터 한동안 문을 열지 않을 도서관에 들러 책을 빌려왔다. 그리고는 밥먹고 약먹고 자는 일상이 반복되었다. 정말 손도 까딱 할 수 없는 몸 상태. 물리적으로 명백히 그렇다 보니 심리적으로도 무기력해 지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운 상황이었다. 정말 이렇게 쉬면 과연 낳기나 하는 걸까? 끝이 보이지 않는 힘없는 상태. 하루에 20시간 이상씩 잠을 잔 것 같다.

그 동안, '꿈이 자라는 땅' 문제로 [닫힌채널]도 그렇고, 오늘 마감인 공모 때문에 퍼블릭액세스 활동가들도 그렇고,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걸 보고 있으면서도, 마치 나는 유리 이쪽에서 구경을 하는 듯,육체로 부터 조금 분리된 듯 아주 옅어진 나의 의식은 그런 일들에 한발짝 들어갈 엄두도 내지 못했다. 눈앞에서 벌어지는 일에 대해 이런 느낌을 갖기도 정말 처음이다.

 

3일이 지나, 병원에서 받은 약이 거의 다 떨어질 무렵 몸이 조금씩 나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수요일엔 힘을 내서 학교에도 올라가보았다. 나는 놀지만 달력은 검은색이었던 날, 아직 내리지 않은 열로 볼이 빨간 채로, 오랫만에 여휴에 가서 머리를 좀 정리해보았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 중에 두꺼운 소설도 이 날 집어들었다. 하지만, 목요일엔 다시 잠에 빠지고 말았다. 책을 읽느라 밤에 못잔 탓도 있었지만, 여하튼, 수요일 밤 부터 목요일 밤 까지 24시간 중, 엄마의 추석상 준비를 도와드린 게 두세시간 정도, 나머지는 독서와 수면이 혼재된 형태로, 정말이지 신생아와 같은 상태가 아닐까 싶을 정도.

 

추석 당일에도 완전히 회복은 되지 않았다. 이젠 나가서 누군가 만나고 싶다고 생각이 들 정도로, 정말 아팠을 때에 비하면 명백히 나은 셈이지만, 그래도 계속 피곤하고 무기력한 것은... 그 다음 날이 되자, 이 무기력증에 스스로도 무서워지는 수준이 되었다. 일요일, 오랫만에 고등학교 친구들을 두 그룹이나 만나고 술도 마시자, 조금은 나아졌달까? 그것 보다 정말 내일 다시 일한다는 생각에 안심(?)이 되는건가. 그렇게 힘들면서, 병까지 나면서 말이다.

 

평소의 나였다면, 7일이나 연속해서 쉬는 기회가 생겼는데, 여행을 가지는 못하더라도, 평소에 못해보던 일들을 해보겠다고 욕심을 부렸을 텐데,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뭔가 보러 가고, 이벤트르 만들고... 연휴 시작 전부터 너무 바빴고, 바쁜 결과 아파버린 탓에, 정말 처음으로 아무것도 하지 않는 휴일,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휴일을 보내게 되었다. 이런 시간들이 나에게 맞지 않는다는 것은 이번에 확실히 확인된 듯 하다. 어찌 보면 정말 갖고 싶은 시간이었는데... 건강했다면 어땠을까, 힘이 있었다면, 의지를 조금 가지고 상황을 통제할 수 있었다면? 일을 하지 않는, 속도에 쫒기지 않는,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고 있는 나의 모습이 상상되거나 실현되지 않는 안타까움이 거기에 있었다. 사실은 그래서 막판엔 더 슬프고 불안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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