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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를 보내며...

연말에서 연초까지 감기몸살을 앓았다.

한동안, 내 몸은 꼭 이러는데, 연속해서 며칠 쉬는 날이 생겼다 싶으면

오한, 발열, 두통 등 약봉지에 써있는 증세가 나타나기 시작해서, 고통이 기관지로 옮아가고,

한참을 괴롭힌 후에야 사라지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이런 식을 아팠던 것이 지난 추석 연휴. 그 땐 정말 움직이는 것 자체가 너무너무 힘들었는데, 이번엔 휴일이 상대적으로 짧아서인지, 그것 보다는 덜한 상태였다.

그러고 보면, 휴가를 내서 여행 갈 때 마다 아팠던 것도 이 증상의 하나가 아니었나 싶다.

 

며칠 전, 자다 일어나서 밥먹고 다시 자면서 몸보신을 하는 패턴을 반복하던 중,

컴퓨터가 있는 동생 방 침대에서 전기장판을 켜놓고 살짝 잠이 들어 꿈속으로 빠졌다.

 

엄마와 함께 낯선 거리에 있었는데,

방금 전에 "적어도 한두달 안에 어떠한 계기로든 분명히 죽을 것이다" 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온 참이었다.

너무너무 먹먹한 마음이어서, 어쩔줄 몰랐다. 옆에 있는 엄마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죄스럽기도 해서 마음이 많이 아팠다. 슬픈 건지 답답한 건지는 모르겠지만... 엄마도 그런 것 같았다.

서로 할 말도 찾지 못하고 슬슬 걷다가, 작은 서점이 보여 들어갔는데,

얕은 계단 몇 개를 내려가서 오른 쪽으로 몸을 돌려 보니, 가로세로 1미터 쯤 되는 삼면 짜리 서가가 있고,

삼면 전체에 파란 표지에 선명한 하얀 볼드체 글씨로 각국 이름이 써있는 책이 뻬곡히 꽂혀있는 것이다.

론리플래닛...

그 자리에 주저앉아서 통곡을 했다.

얼마나 가고싶었는데... 하면서. 옆에 있는 엄마에게 조금 미안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스스로의 격한 반응에 놀라서 눈을 떠보니,

역시, 꿈이었구나.

잠들기 전에는 없었던 엄마가 바로 옆 컴퓨터 앞에 앉아서 스파이더 카드 게임을 하고 계신다.

뭐, 소리내서 울거나 진짜 눈물을 흘리진 않았구나.

 

조금 놀랍고 많이 쪽팔리긴 하지만,

여행에 대한 내 마음과 마주 선 계기였다.

 

그래서, 결국, 여행 포스팅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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