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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27

2002년 초등학교 5학년 짜리 아이가 자살하면서 남겼던 말은 "우리 부모님은 하루에 8시간을 일하시는데, 12살이 나는 왜 13시간을 공부해야하나, 물고기처럼 자유롭고 싶다"였다.

지난 해에 자살한 초등학생이 남긴 유서는 “나의 가장 큰 결점은 공부를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잊고 싶은 두려움은 이번에 친 시험점수다. 언제가 나는 공부를 제일 잘하는 OO를 이기고 싶다.”

“저는요, 학원에서 시험보면 영어는 항상 100점 맞아요. 근데 수학은 꼭 한 개나 두 개 틀려서 속상해요. 아파트 12층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는데 엄마가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동영상에서 초등학교 2학년 예영(가명)이가 한 말이다. 이 동영상은 요즘 초등학생들의 성적 스트레스가 얼마나 심한지 웅변하고 있다.

서울지역 4~6학년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얼마 전 교육커뮤니티 ‘즐거운 학교’가 스트레스 지수를 조사한 결과 ‘과외’가 초등학생의 스트레스 원인 1위로 꼽혔다. 초등학생 10명 중 9명이 과외를 하고 과외 과목은 평균 3.13개, 과외 시간은 하루 평균 2시간 37분이라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는 27%의 초등 학생들이 자살 충동을 느낀 적이 있고, 그 이유가 바로 ‘성적’ 때문이라는 결론도 나와있다.

실제로 지난 2월 인천에서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가 방학숙제를 하다가 방에서 목을 매 자살을 했다. “학원을 조금만 다녔으면 좋겠다.” 자살한 아이가 자주 하던 말이다. (ebs 지식채널 "대한민국에서 초딩으로 산다는 것")

 

0. 들어가며.

 

 낯설게 본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것이 아니다. 당신은 한국의 입시제도와 "미친교육"에 얼마나 분노하며 사는가? 모순적인 사회를 뒤집겠다고 나서는 좌파들조차, 분신하신 노동자 한분의 죽음에는 그토록 슬퍼하면서도, 한해에 200명의 아이들을 죽음으로 내모는 한국의 교육에 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그 어떤 노동착취보다 광범위하고 대규모로 벌어지는 현상임에도, 좌파들의 교육제도, 특히 대학의 서열에 대한 문제의식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실천으로 보여주는 행동은 없다고 봐도 무방하지않을까?

 나는 적어도 한국사회에서 대학서열 철폐운동을 한다는 것은 단순히 휴머니즘적인, 혹은 인권의 관점에서 교육문제만을 해결하는 게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에서 '경쟁과 능력'에 관한 이데올로기 저항이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능력없는 인간은 한달에 100만원을 채 못받는 비정규직이 되어도 싸다는 것은 중학교때 실업계와 인문계를 나누어 실업계 학생들을 '똥통' 취급하는 중학교의 분위기로부터 만들어진다. 아이들은 아주 어려서부터 타인과 함께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시험에서 상대방을 이기는 방법을 먼저 배운다. 한국의 중등 교육기관은 그 존재 목적이 무엇인가? 문서에 적혀져 있는 전인교육은 간데 없고 고등학교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는 도구로서 존재한다. 그래서 그토록 많은 외고생들이 불리한 내신을 포기하려고 학교를 자퇴한다, 세상에. 

 이번 10월 고려대 수시 2학기 고교등급제 논란은 나로 하여금 한국의 모든 교육제도의 문제는 '학벌'에서부터 유래하였으며, 서열을 혁파할 수 없다면 이와 같은 류의 문제는 어떤 형태로든 끊임없이 재생산될 것임을 확신하게 만들었다. 노무현 정권의 3불정책과 수능등급제가 사교육비 절감과 대체 무슨 관계를 가질 수 있단 말인가. 대학 서열이 남아있는 한, 그것도 지금과 같은 형태로 1등부터 꼴등까지 '네임벨류'로 서울의 대학들이 줄세워질 수 있는 시스템에서는, 가장 우수한 '성적'의 학생들은 서울대에 진학하려 들기 마련이고, 입시형태가 어떻게 변하든 아이와 학부모는 온갖 돈을 들여 그 기준에 맞추려 들것이다. 사교육과 공교육 정상화를 그토록 외치던 이해찬의 교육정책 이후로 사교육비가 더욱 증가했던 것은 예정된 결과였다.

 

1. 학벌의 정의.

 김상봉씨의 논의를 가져오겠다.

2. 한국사회에서의 학벌.

 

3. 왜 대학서열철폐만이 문제의 답인가?

4. 대학 평준화의 조건.

5. 대학 평준화의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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