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미디어센터를 원하는가?

 

-변방에서의 길찾기


 

우리는 지난해 9월 20여평의 사무실을 임차해 ‘(독립)미디어센터’를 열었다. 이것은 개인적으로 4년여를 매달려온 (지역)미디어센터운동의 성과였다. 그러나 내심으론 불안과 조급함이 함께했다는 것을 숨기지 않겠다. 각오와, 불안, 조급함과 함께한 9개여월의 고민을 통해 우리가 원했던 미디어센터가 어떤 것이었는지 함께 짚어봤으면 한다.


前史(전사)-우리는 미디어센터 운동을 확신하고 있을까?

보수적 문화예술만이 ‘예향’이라는 궁색함을 윤색하는, 그리고 영화운동의 전통을 단절당한 광주에서 (독립)미디어센터에 이르는 가장 큰 추동력은 무엇이었을까. 장난같은 답변일 수 있겠지만 그것은 미디어센터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2000년 광주에서 열렸던 비엔날레에는 시민참여형 프로그램이 많았었다. 그중 현재의 미디어센터 주체가되었던 우리들이 진행했던 ‘영상제작워크샵’ 이란 프로그램이 있었다. 우리는 이 프로그램에서 시민들이 직접 제작한 23작품을 얻을 수 있었다.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했던 프로그램이었지만 이 프로그램을 통해 우리는 지역 영화운동의 담론이 ‘어떻게 소비할까’에서 ‘어떻게 소비하고, 생산할까(생비자)’로 변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닳았다. 그리고 우리는 영상물을 제작하고자하는 청소년, 시민, 전업작가들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작업실의 필요성을 느꼈고 이러한 생각이 미디어센터와 결합하여 마침내 ‘광주영상미디어센터’로 결실을 보게된 것이다.

이러한 전사를 돌이켜 보면서 전국각지역의 미디어센터 건립운동에 대해 갖는 의문이 있다. 이는 지난 두차례의 ‘전국미디어센터네트워크모임’에서도 든 의문인데, 우리들이 과연 ‘(공공)미디어센터’를 정말 필요로하고 있는가이다. 혹시 공적자금으로 주어지기 때문에 미디어센터운동에 결합하고, 넓은 공간과 장비가 주어지기에 중요해지는 것은 아닌가, 자문해본다. 과연 우리는 시민들이 영상을 자신의 미디어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믿는가, 혹은 가능성으로 여기고 있는가? 그렇다면 지역의 가능한 조건에서 미디어센터의 기능을 수행하는 ‘독립미디어센터’에 대한 논의는 없는가 말이다.

최근 지역의 공공미디어센터가 건립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단다. 그동안 미디어센터 건립운동을 벌여온 우리들에게 좋은 기회가 온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에 우리가 개입하고, 나은 방향으로 흐름을 이끌수 있을까? 누가 우리의 말에 귀기울여주고 같이 싸워주고, 함께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동안 미디어센터운동가로서 실천해 왔던가? 의문은 꼬리를 문다.

 

아마, 2004년, 3년쯤인가

오늘-「‘공공’미디어센터 추진위」를 꿈꾼다

그동안 광주는 광주민언련과 광주영상미디어센터가 미디어센터건립과 관련한 논의를 이끌어왔다. 그러나 이 두조직은 미디어센터에 대한 입장에 다소간의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보기에 민언련은 퍼블릭액세스권과 관련하여 미디어센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공간과 장비의 활용에 관심을 보인듯하다. 이런 생각은 문광부의 문화산업진흥센터건립 자금으로 설립된 ‘광주영상예술센터’의 평가에서도 나타나는데, 민언련은 이곳을 적극 활용하자는 입장을 보여왔다. 우리에게 미디어센터는 (민언련과 마찬가지로)영상에 대한 전시민의 접근권보장과 진보적인 영화운동흐름의 공동체 역할을 해내는 곳이어야 한다. 장비와 기자재를 빌려주는 것 외에, 교육과 제작지원을 통해 그리고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공간 제공과 독립영화 배급 등을 포괄하는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은 영상산업을 위한 창업지원센터를 표방하는 관료조직에 기대어 이룰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언론운동과 영화운동의 이런 차이가 갈등을 일으킬 것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이런 입장차이가 아니라 입장차이를 해소하기 위한 논의틀의 문제다. 그동안 우리지역에 퍼블릭액세스권의 강화를 위해 조직되었던 ‘시청협’ 조직은 이런 입장차를 해소하지 못했다. 지역사회단체들의 연합조직이었던 ‘시청협’은 지역사회단체들의 영상미디어에 대한 관심을 반영한 듯 부진한 활동을 벌여오더니 2001년말 경 자연스레 해소되었기 때문이다. 1년여의 각개약진을 거치며 민언련과 광주영상미디어센터로 재정립된 미디어센터 추진조직들은 새롭게 대화의 틀을 마련하기로 하였다. 민언련과 우리가 논의를 시작하고 미디어센터 건립운동을 함께할 지역의 NGO들을 묶에 「‘공공’미디어센터 추진위」를 만드는 방안이 현재 논의중이다. 여기에는 두 조직외에 광주전남문화연대와 민족예술인총연합광주지부가 참가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 조직의 성격과 활동이 앞으로 광주지역의 공공미디어센터의 성격을 결정할 것으로 생각한다. 현재 광주시는 노무현대통령의 문화수도 공약에 따라 문화수도를 위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제시하고 있다. 하드웨어와 이벤트 중심적인 이런 계획은 시민사회단체와 문화예술인들의 적극적인 정책개입을 요구하고 있다. 때문에 ‘공공’미디어센터를 추진하는 조직과 지역 시민사회단체들과의 네트웍도 중요한 요소가 될 것으로 본다.


어떤 미디어센터를 원하는가?

알고있듯이 공공미디어센터 건설이 발빠른 행보를 보이는 지금, 우리는 지역 미디어센터의 ‘이상’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우리는 무엇을 위해 미디어센터를 원하고 있는가? 그것을 위해 어떤 공간들이, 시설이, 장비가 필요한가? 이때 고려되어야 할 지역의 역량, 운동주체의 전망은 무엇인가? 지역 미디어센터의 기획안은 이런 과정을 거치며 준비하고 있다. 우리는 이 작업을 통해 각추진세력들과의 입장을 조율하고, 완성된 기획안을 통해 미디어센터에 대한 우리의 입장을 선전하며 이 과정을 통해 논의를 주도겠다는 계획이다.

광주의 관료들 또한 ‘문화산업적 마인드’와 자신들의 ‘시야 안에서’ 문화정책을 처리하려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그동안 독립영상미디어센터를 통해 논점을 선점해왔다. 그리고 이달 8일에 가진 ‘제1기 디지털영화워크샵 작품발표회’ 등을 통해 시민미디어의 가능성을 재확인했다.

미디액트가 미디어센터의 전범이 되었듯 광주지역의 공공미디어센터 추진운동이 제대로된 지역 미디어센터 건설의 모범이 될 것이다. 각오는 새롭고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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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4/15 01:41 2006/04/15 0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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