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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적재산권 폐지라..

 

트윗한 글: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노동 보수/환경을 챙기는 면에서도, 언제가 될진 몰라도 저작권 문제가 본격 부상할 그날을 대비하기 위해서도, 예술계에 노조든 길드든 정말 필요하다. 저작권 전면 철폐에 대한 얘길 또 접하고 나니 정말 준비가 필요하단 생각이 든다."
 
음, 일단.. 트윗에선 뭉뚱그려 저작권이라 했지만 정확하게 쓰자면 '지적재산권'이고, 내 입장에서 직접 관련된 건 그 중에서도 '저작재산권'이겠지. 가만 생각해보니 저렇게 뭉뚱그려 쓴 건 좀 문제가 있겠다;
 
여튼..
 
김소연 선본 정책 중 하나인 '지적재산권 폐지와 이용자 중심 원칙 관철'에서 저 트윗이 촉발됐다. 물론 바로 그 위에 있는'재벌 소유 자산의 몰수 사회화'에서도 유추할 수 있듯, 비슷하게 다이제스트된, 슬로건性 항목으로 보긴 해야 할 것.
 
하지만 이른바 진보를 말하는 그룹들은 하나같이 지적재산권을 건드리고 싶어한다. 서구권에선 꽤 실체적인 세력을 형성한 나라들도 있다. 엄연히 실존하는, 현재진행형 조류인 거다. 이 사회가 답보 상태에 있는 걸 바라는 게 아니라면, 맞닥뜨릴 준비도 해야 하는 문제라는 얘기다.
 
지금으로선 대안저작권자들이 주장하는 "대안"들은, 그런대로 적용 가능한 분야도 있지만 적어도 이 만화판에서 밥 벌어먹고 사는 사람들에겐 아직 무리로 느껴지는 수준에 불과하다. 눈 뜨고 밥그릇 날아가거나 어이없게 판 무너지는 꼴이 안 나려면, 다시 말해 "와와 카피 레프트래 되게 좋다"하는 대중 정서가 '잘 알지도 못하면서' 커져버리기 전에, 판의 실상을 객관적으로도 알 수 있게 정리해 전달도 해야 하고 지난하고 정교한 논의도 거쳐야 할 것이며 누군가의 선의에 기대는 게 아니라 정당한 내 이득을 내가 갖겠다고 어필도 해야 할 거다.
 
현재의 저작권을 절대 건들면 안된다고 얘기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장 성격과 플랫폼이 지금처럼 변화하기 이전에 정립된 법개념들이라, 시장 각 주체의 공평무사한 이익을 위해서라면 개정의 필요가 있다고 알고 있다. 다만 그 주체들간의 한 축이어야 할 이 직접 실무자들이, 과연 저 논의의 줄다리기를 거쳐 합의까지 끌고 나갈 능력과 의사가 지금 있느냐,라는 얘기다.
 
지금 상황으로 보건대 저런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하면, 작가들의 이익을 실질적으로 대변할 주체는 결국 출판사들이 될 공산이 크다. 교섭을 할 능력과 조직을 갖추고 있고 자신들이 이익 집단의 한 축임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으니까.
반면 이 파편화된 "프리랜서"들은 '난 그냥 딴 거 신경 안쓰고 내 작업이나 하면서 살고 싶은데..'라 생각하는 경향이 많은지라. 지금 이미 존재하는 협회 몇 개도 구성원들의 합의를 대표한다고 보기엔 느슨한 조직들이고. 구성원들 상당수가 스스로 노동자라는 자각도 부족하고, 그건 바깥에서의 인식도 마찬가지고. 그러니- 내부적으로 '난 좋아서 하는거니까', 외부에서도 '쟤넨 지들이 좋아서 하는거니까' 구도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따라서 지금 이 상태에선, 저작권에 대한 문제제기가 본격 부상할 경우 '생산자'임을 표방하며 교섭에 나설 이익 주체는 작가들이 아니라 출판사들이 될 거다. 그게 나쁜것도 아닐거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더구나 요새같은 출판 불황의 시대엔 책 쓰는 사람이나 책 제작하는 사람이나-라는 어떤 동지의식이 한구석에 있는 것도 현실이고.
 
...그래도, 있긴 있으면 좋겠다는 거다. 노조든, 길드든.
위기감이 시시때때로 느껴진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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