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아웃

 

내가 가는 길이 길인지 낭떠러지인지 모르는 상태. 우리는 가끔  이런 화이트 아웃 현상을 곳곳에서 만난다.

절대 예상치 못하는 단 한순간.

자신의 힘으로 피해갈 수 없는 그 순간, 현실인지 꿈인지 절대 알 수 없는,

 

 

그렇게 눈앞이 하애지는 화이트아웃을 인생에서 경험하게 될 때는, 다른 방법이 없다. 잠시 모든 하던 행동을 멈춰야만 한다. 그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도 이 울음을 멈춰야한다. 근데 나는 멈출 수가 없다. 그가 틀렸다. 나는 괜찮지 않았다.

 

6년 전 그와 헤어질 때는 솔직히 이렇게 힘들지 않았다. 그때 그는 단지 날 설레게 하는 애인일 뿐이었다.

보고 싶고, 만지고 싶고, 그와 함께 웃고 싶고, 그런 걸 못하는 건  힘은 들어도 참을 수 있는 정도였다. 젊은 연인들의 이별이란게 다 그런 거니까.

미련하게도 그에게 너무 많은 역할을 주었다. 그게 잘못이다. 그는 나의 애인이었고, 내 인생의 멘토였고, 내가 가야할 길을 먼저 가는 선배였고, 우상이었고, 삶의 지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지금 이 욕조에 떨어지는 물보다 더 따뜻했다.  이건 분명한 배신이다.

 

그런데, 그와 헤어질 수 밖에 없는 이유는 고작 두어 가진데, 그와  헤어져선 안되는 이유들은 왜 이렇게 셀 수도 없이 무차별 폭격처럼 쏟아지는 건가.

이렇게 외로울 때 친구를 불러 도움을 받는 것조차 그에게서 배웠는데, 친구 앞에선 한없이 초라해지고, 작아져도, 된다는 것도 그에게서 배웠는데, 날 이렇게 작고 약하게 만들어놓고, 그가 잔인하게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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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04/23 19:55 2009/04/23 1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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