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연달아 하루 세끼를 챙겨 먹으며 종종 이야기를 했다.
잘 생기고 다리가 긴 친절한 독일남학생과
좋은 엄마가 될 수 있을 것인가 하는 까마득한 미래와
주방창문으로 들어 온 나방 한 마리를 어떻게 죽일 것인가 하는 고민과
무시무시한 겨울이 오는 것과
비천한 논문교정은 누구에게 맡길 것인가와
언젠가 베를린에 사는 것과
프랑스 농촌 여행과
값 비싼 교재가 과연 서점에 복사본으로 있을 지 걱정하는 가난과
발음하기 힘든 독일제 교수의 이름과
이미 많이 길어버린 층 없는 머리카락들과
반 고흐와 달리와 네오와
각종 정신병과
재능의 발현에 관한 심리학적 논쟁들과
유기농 오렌지의 차이점과
건조대에 널어놓은 빨래를 걷을 적절한 시점과
도서관에서 빌려야하는 책들과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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