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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신문] 비밀은 보관하지 않는 것이 보호하는 것이다.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시아

 

 영화 [이퀼리브리엄]에서는 인류의 종말을 가져올, 전쟁의 근원으로 규정된 ‘인간의 감정’은 국가에 의해 철저하게 통제 된다. 국민에게 감정을 불러일으킬 음악 듣기, 책 읽기 등은 허락되지 않으며, 심지어는 감정을 없애는 약물까지 의무적으로 매일 투약해야 한다. 전쟁을 막을 수 있다면, 인류의 지속을 위해서라면 이 예방책은 정당한 것인가?



  그렇지 않다. 그리고 새로운 질문을 던진다. 세상에는 ‘치정 범죄’라는 것도 있고, ‘원한 살인’이라는 것도 있다. 이것이 감정이 불러일으키는 범죄임은, 그 이름에서부터 분명히 알 수 있다. 그러나 아무도 이러한 범죄들을 막기 위해서 인간의 감정을 말살해야한다는 주장을 펴지는 않는다. 제 아무리 범죄를 막을 수 있다고 해도, 인간의 '느낄 권리'를 박탈할 수는 없다. 그것은 누군가에게 빼앗길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렇다면 범죄 예방 혹은, 수사의 효율을 근거로 또 다른 인간의 기본적 권리인, 소통의 자유를 국가가 앗아갈 수 있는가?



  현대 사회에서 소통의 자유는 즉 통신의 자유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통신의 자유는 사라질 위기를 맞았다. 국회 법사위에서는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 개정안’을 논의 중인데, 이 법안에 따르면 전기통신 사업자는 휴대전화 감청장비를 갖춰야 하고, 개인의 인터넷 로그기록 또한 의무적으로 보관해야한다. 인터넷 로그기록이란 개인이 어떤 사이트에 드나들었는지, 어떤 게시판에 글을 썼는지의 기록이다. 즉, 로그기록은 온라인 상의 사생활인 셈인데, 이 개정안을 따르면 모든 국민의 그것이 언제든 수사에 쓰일 수 있도록 ,1년간이나  전기통신 사업자에 의해 저장되어야 한다. 모든 국민은 ’잠재적 범죄자‘고, 그들의 통신기록은 ’잠재적 범죄기록‘일 뿐이라는 소리다. 이렇게 국민의 키보드에 족쇄가 채워지게 되면, '자유로운 소통의 인터넷'이란 상상 속에서나 존재할 것이다.



   만약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민들은  불건전한 사이트나 부적절한 사이트 등은 알아서 드나들지 않는 게 좋겠다. 혹시라도 주소를 잘못 쳐서 그러한 곳에 접속하는 일이 없도록 인터넷 이용 시 항상 긴장해야 한다.(주의: ‘불건전한’, ‘부적절한’과 같은 단어의 의미는 국가가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항상 달라질 수 있다.) 실수로 한 접속이라고 하더라도, 로그기록은 한 사람을 수사대상으로 만들 수 있고, 그의 인터넷 사용은 더욱 적극적으로 감시당하게 될 것이다. 



   이미 네이버 등 유명한 포털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를 수집하고, 로그인을 해야만 글을 쓸 수 있어 ‘실명’을 쓰고 있음에도, 올 7월부터 더욱 철저한 ‘포털의 실명제’가 실시된다. 그리고 대통령 선거엔 ‘선거 시기 실명제’라는 것이 실시된다. 글을 쓰려면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하고 가입해야 한다.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저장된 당신의 로그기록과 실명제의 주민번호가 결합하면? 누가 무슨 글을 썼는지 알아내는 건 시간문제(돈 문제?)다. 이렇게 국가 권력은 시민의 자율성으로 꾸려져 온 인터넷마저 그들의 손아귀에 넣어 통신의 자유를, 단지 ‘접속할 수 있는 자유’로 바꿔버리려 한다. 그러므로 통비법 개정 이후, ‘네티즌’이란 개인정보 유출의 위험과 수사대상이 되는 두려움을 무릅쓰고 게시물을 작성하는 용기 있는 소수를 가리키는 말이 될 것이다.



   비밀은 오래, 쌓아둘 수록 위험해진다. 통신비밀보호법은 왜 통신비밀‘보관’법으로 개정되려고 하는가? 국민의 통신의 자유를 국가가 관리하려고 하는가? 범죄 수사를 위해 국민의 기본권을 거둘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통비법 개정은 국가가 국민에게 행하는 범죄 그 자체이며, 새 법은 또 다른 국가 범죄의 도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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