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훗카이도

지금은 훗카이도...

아직 새벽 4시밖에 안됐는데 벌써 밖은 환하다...

해가 빨리 뜬다...떠도 너무 빨리 뜬다...

지기도 엄청 일찍 지더니...

요즘은 매일 4, 5키로는 걷는 듯 하다...

희한하게도 발바닥에 물집은 잡히지 않는다...

단지 무릎과 발목이 아플 뿐...

 

창밖의 샛파란 하늘 사이로 까마귀가 날아오른다...

 

평화도...그리고 자유도...평등도, 생명도...저렇게 동이 트고...저렇게 힘차게 날아올랐으면 좋겠다...

 

다른 나라에서 온 활동가들에게 우리의 활동과 한국의 상황을 알리는 찌라시를 만들다가...

졸음을 이기지 못하고...이렇게 잠시 한숨을 돌린다...

 

일본의 활동가들은...

한국에서 온 우리를 살갑게 맞이한다...

불과 한시간 반을 날아온 우리에게 수억만리 날아온 사람을 끌어안듯이...

자신의 모든 생활과 모든 마음을 털어 우리에게 내어준다...

사무실에서 일하면서...흔히 형식처럼, 그리고 생색내기 위해 걸었던 연대...

그저 돈이나 몇푼 보태고 말았던 그 연대라는 말보다...

페페상의 랩에 곱게 싸여진 거뭇한 현미오니기리가 더욱 뭉클하고 사무친다...

신자유주의를 앞세우고 어떻게 하면 더욱더 교묘하고 확실하게 사람들의 살과 피를 도려내고 생태를 죽일지만을 연구하는 그들을 곳곳에서 달려온 활동가들과 함께막기 위해서 열아홉시간을 배를 타고...아마도 그는 이곳까지 올 것이다...

아침 열시부터 저녁 일곱시까지 일하면서도 우리를 위해서 기꺼이 자신의 집을 통째로 내어주고...우리를 위해 밤 늦게까지 요리를 하고...일본어 수업까지 해주는 모테키상은...모처럼의 휴가를 모두 이곳에서의 직접행동을 위해 불사르고 있다...

시부야에서 만난 우리를 씻기고 먹이기 위해 자신의 집까지 데려가고 또 삼겹살과 야끼소바를 직접 만들고 고급맥주를 기꺼이 헐었던 작은 아까짱의 아버지 오오미치상도...이곳으로 달려오고 있다...

수많은 활동가들이...수많은 아나키스트들이...

히치하이킹을 하면서 모여들고 있다...

예쁜 워킹을 하는 고이즈미상은 도쿄에서 액션을 계속하고...성화군은 일본에서 높아지고 있는 군대와 징병제의 부활을 막으려는 일본 활동가들과 함께 한국의 징병제를 무너뜨리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열심히 행동하고 있다...

활동가들의 활동을 저지하려는 일본 당국의 말도 안되는 압력에 굴하지 않고, 또 지금의 우리를 북돋우기 위해서 고민하고 힘을 주는 카라님...

다음날 출근의 압박 속에서도 기꺼이 기타를 메고 자전거를 끌고 길바닥을 누볐던 쏭님...

길바닥을 지키며 돌아오지 않는 목을 부여잡고 외치다 드디어 목청이 터져버린 꼬미님...

언제나 짐들을 책임지고, 부끄러워하면서도 맛깔스러운 음율을 뽑아내고야마는 양군님...

늘 재미있는 유머로 나를 혼란스럽게 하는 짱돌님...

이 판에 하나밖에 없는 퍼커션이라 늘 피곤하지만, 과중한 노동시간에 시달리지만 열심히 손에 불이 나게 젬베를 두드리는 멍구님...

우리를 일본에 보내놓고 더욱 열심히 살고 있을 길바닥의 소중한 사람들...

그리고 눈코뜰 새 없이 바쁘고 제대로 먹을 것이 없어서 점점 더 말라가면서도 대책도 없고 도움도 안되는 나를 채찍질하고 바로세워주는 고마운 돕...(제발 돌아갈 때까지 건강해줘요...)

 

그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나는 참 행복하다...

그들을 만날 수 있어서...

나는 참 고맙다...

그 어떤 사람들을 만난 것보다...

지금의 시간들을 결코 잊을 수 없다...

나의 피 속에...눈물 속에 가지런히 챙겨서...

또다른 내가 될 이들과 함께하고 같이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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