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에서 난 가설병이었다. 통신 가설 주특기 번호 310...전주 타고 선깔고 하는 일명 까라라...

 

약간의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에게 가설병 생활은 지옥같았다.

 

자대 배치 후 주특기 훈련이랍시고 목전주 꼭대기에 트링 채워 올려 놓고 군가 세 곡 부르고 공중전화선 끊고 파진스키를 이용해 어머니와 통화하고 내려 오란다....이런 제길...

 

내가 상병 땐가..일병 하나가 전주 타다가 전기를 잡쉈다. 다행히 머리가 찢어지는 바람에 살았다...(전기 먹으면 몸 어딘가가 찢어지면 산다고 한다. 몸 속을 돌던 전기가 그리로 빠져나간다나...의학적으로 맞는 말인지는 모르겠다.) 하여튼 20시간 정도 헤메다가 깨어났다. 여단장도 다녀갔다.

 

그 후 그 친구 별명은 '스파크 맨'...엄청 갈굼당했다. 왜? 그 뒤로 우린 전주를 탈 때마다 단독군장을 하고 올라 가야 했으므로....(전주 탈 때는 되도록 가벼운 차림이 좋다..으...하이바에 방독면까지 차고 올랐다) 대부분의 사병의 군내 사고의 경우 순국이라거나 열사라거나 하는 명예를 얻기 보다는 그 뒤(사망이 아닌 경우...사망사고의 경우 살아 남은 사람들이 고생한다) 더욱 피곤해질 생활이 기다린다.

 

마냥 웃자고 한 이야기는 아니고...어쨌든 군대에서는 여러 형태의 사고가 생긴다. 훈련중, 작업중, 일상생활중의 사고, 구타로 인한 사고, 자기 스스로의 사고 등등. 그 중 일부 사망 사고의 경우 그 원인을 알 수 없어 의문사라고 불리는 경우가 있다. 사망원인을 모르는 것이 아닌 누군가 그 진정한 원인을 감추고 은폐할 때 의문사가 된다.

 

이번 천안함 사고를 보면서 안타깝고 슬픈 마음 한 가득이다. 군대에서의 사고로 인해 젊은 생명이 이유도 모르고 스러지는 것은 너무 슬픈 일이다.

 

그런데 그 슬픔 뒤로 난 방송, 신문 등 언론의 태도와 여기 저기 붙어 있는 애도의 현수막을 보면서 무척 불편하고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가 없다. 그들에 대해서 순국, 열사 등의 호칭을 붙이며 마치 조국을 위한 전쟁중 전사한 것처럼 슬픔을 마구 방사하고 있다.(도대체 개콘은 왜 5주 넘게 결방인데...) 방송사에서는 성금도 모금한다...국가에서 당연히 배상하여야 하고 만약 외국과 관련이 되어 있다면 국제법에 따른 배상을 받으면 되는 것을 왜 시민들의 감정을 자극하며 성금을 모금하는지 이해가 안된다..

 

그리고 순국이나 열사라는 호칭으로 부르며 비장하게 조문을 하는 모습은 마치 특정한 우리의 적을 당연히 상정하고 있는 느낌이다. 단지 조선일보만의 행태가 아니다. 그래서 더욱 불편하다. 만약 북한이 천안함을 침몰시켰다면 전쟁이라도 할 기세다. 아주 신명났다. 물 만난 고기처럼 펄떡거린다. 간첩도 잡았단다. 이건 좀 웃긴다...어쩜 그리도 타이밍을 잘 맞추시는지...동아일보는 그 다음 날 황장엽과의 인터뷰를 대문짝만하게 실었다. 버릇을 고쳐야 한단다...어이쿠...이건 좀 아닌 것 같다. 북한과의 관계를 더 이상 자신들의 국면 전환용 또는 면피용으로 활용하지 말아야 한다. 정부와 언론이 전쟁을 연상시키는 발언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다. 북한 이외의 어떤 원인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현 정부와 여당에게 그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무척이나 부담이 되겠지. 그래도 지금처럼 시민을 선동?하려 해서는 안된다. 이번 사건으로 다시 냉전반공 헤게모니가 전면으로 나설까 무섭다.

 

아직은 그들은 순국열사도 호국영령도 아닌 군대내 의문사인 것이다. 아무리 그들의 죽음이 안타까워도 말이다. 보통 사람들은 이런 큰 슬픔을 겪게 되면 그것을 해소할 대상을 찾게 된다. 그러나 그 대상은 서로 안아주고 위로를 해 줄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그 슬픔을 분노로 전환하여 폭력으로 표출해서는 안된다. 더군다나 아직 그 원인도 모르고 있다. 정부의 해결하는 자세도 무척 미심쩍고 신뢰가 가지 않는다.

 

안타까운 마음이 클수록 더욱 명확하고 신뢰있는 자세와 열려 있는 정보를 통해 명백하고 투명하게 이번 사건의 진상을 파악할 것을 촉구해야 할 것이다. 그러지 않고 정부와 수구세력들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위해 정보를 조작하고 북한에게 책임 떠넘기는 것을 방관한다면 몇 년뒤 이 사건을 위한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가 꾸려질지도 모른다. 아직 그들의 죽음은 의문사이다.

 

순국: [명사]나라를 위하여 목숨을 바침.

열사: [명사]나라를 위하여 절의를 굳게 지키며 충성을 다하여 싸운 사람.

군의문사: 군의문사"라 함은 군인(「병역법」 제24조 또는 제25조의 규정에 따른 전환복무자를 포함한다)으로서 복무하는 중 사망한 사람의 사망원인이 명확하지 아니하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사유가 있는 사고 또는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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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4/27 01:12 2010/04/27 0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