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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1년 오늘(9.17) 남북한 유엔 동시가입

 

1991년 9월 17일 남북한이 유엔에 동시 가입했다. 알파벳 순으로 북한(D.P.R.K)이 160번째 , 남한(R.O.K)이 161번째 유엔 회원국으로 결정됐다. 뭐 유엔이 별건 아니지만 남북 양국이 48년에 실체로서 모습을 드러내고도 43년이 흘러서야 유엔에 가입하게 된 것이다.


재밌는 사실은 유엔이 특별나게 남북 양측을 가입 안 시켜 주려고 해서 안 시켜 준게 아니란 것이다. 남한은 북한이 가입하게 될까봐 미국을 내세워 계속 공작을 했고 북한은 남한만 가입하게 될까봐 소련을 내세워 방해공작을 펼쳤다. 특히 남한은 단독가입 아니면 의미없다는 논리를 내세웠고 북한은 남한만의 단독가입 혹은 동시가입은 분단의 고착화라는 논리를 내세웠었다. 그리하다가 서로서로 상대만 안 들어가면 나도 안 들어가도 별 상관없겠다는 인식하에 쭉 지내온 것이다.


긴 세월 유엔 안 들어가고도 서로 불편 없이 살았는데 갑작스레 유엔에 동시가입하게 된데는 몇 가지 배경이 존재한다. 먼저 베를린 장벽의 붕괴를 필두로 한 동구 국가사회주의 국가들이 몰락이 있다. 비록 이북이 그 동네에서 나름대로 독자노선을 걷긴 했지만 전통의 맹방들이 픽픽 쓰러져가고 소련 조차도 페레스트로이카다 글라스노스타다 해서 배반(?)을 때리는 판국이니 뭔가 살길을 찾긴 찾아야 했던 것이다. 남한의 경우를 보자면 경제로서는 이북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멀찍이 도망간데다가 원님덕에 나발분다고 체제경쟁에서도 남 덕에 승리하게 된 것이 아닌가? 게다가 외화 팍팍 들고 박철언이 이 동네 저 동네 수교하러 다니고...


결국 이런저런 사정들이 겹쳐서 남북이 유엔 동시가입하기로 쇼부를 친 것이다. 소련으로서도 자신들이 미국하고 더 이상 군사력, 경제력으로 경쟁을 못하는 마당에 동북아의 남북 대치 상황이 급변하기를 바라진 않았을거고 어느정도 연착륙하기에는 유엔 동시가입을 마다할 일이 없었던 것이다. 미국 입장에서도 동구권은 픽픽 쓰러지지만 당시 북한은 건재하고 김일성도 꽤 팔팔했기 했던걸 감안했을 테다. 유럽의 정치적 격변도 컨트롤 하기 힘든데 열받은 이북이 혹 사고나 치지 않을까 싶었던 차에 유엔 동시가입이란 카드는 동북아 긴장이 어느정도 연착륙 할 수 있는 카드로 다가 왔던 것일테다.


지금 생각해보면 딱 한 세력이 어이없어 했을텐데..그건 바로 남한내 운동세력들이 아닐까 싶다. 동구권의 몰락에도 불구하고 우리식 사회주의를 믿으며^^ (이런걸 보면 참 주체적 민족이다 싶다. 남에선 민족적 민주주의, 북에선 우리식 사회주의) 이북을 민주기지로 삼아 남한 해방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들은 아닌 밤중에 홍두깨였지 싶다. 이북이 분단고착화의 상징인 유엔 동시가입을 승인했으니...소비에트 믿던 좌파는 좌파대로 급변하는 정세에 어이없어 했을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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