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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식]에 관련된 글.
결혼식장.
절대 뷔페식도 아니었고,
떡과 과일을 제외하고는 먹을 게 아무것도 없었으나 (김치는 일단 논외로 하자.)
떡은 또 아주 조금만 있고,
내 앞에는 밥 한공기에 갈비탕이 한그릇 놓여졌으며,
온갖 친척들이 나에게 갈비를 권한다.
그저 먹으란다. 먹으라고 한다.
고모부는 식권을 내고 들어왔는데,
자기한테 갈비탕 안준다고 식당 직원들한테 항의를 한다.
그렇게 해서 갈비탕을 받아가지고는 당신은 안 먹고, 또 나에게 준다.
많이 먹으란다. 그저 많이 먹으란다.
김치도 저 멀리, 떡도 저 멀리, 과일도 저멀리 있다.
내 눈앞에는 갈비와 회와 철저하게 계란으로 부친 전들뿐.
코너에 몰려서 결국 먹을 수 밖에 없는 상태가 되었다.
이 결혼식은 육식을 재생산하는 공간이고, 가부장적인 가족을 재생산하는 공간이라고
혼자 되뇌이고, 되뇌이며... 꾸역꾸역 삼킨다.
내 입이, 내 배가 갈비를 쳐 넣는 쓰레기통이 되면서까지도
철저하게 굴복하고, 순종하며, 그렇게 두시간을 넘겼다.
그 두 시간동안 처음보는 사람들이 나의 누나이고, 삼촌이고, 사촌형이고,
심지어 8촌동생이 되어버리는 이상한 공간을 경험해야 했다.
그것보다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이 8촌이고, 6촌이고, 이런 걸 다 알아야 한다는 거다.
나는 내가 아니라, 울 아버지의 둘째아들일 뿐이었다.
그저 좀 친한 친척들이야 안부를 물으면서,
나름대로 인생에 대한 이상한 조언도 하긴 하더만
나머지 친척들은 언제 다시 만나도 알게 뭐야.
그러나, 그들에게도 굳이, 나는 울 아버지의 아들이어야 했다.
계속 보기...
두 시간은 그렇게 가고,
아버지를 모시고 집으로 왔다.
지금 옆에서 주무신다.
오늘 저녁에는 또 무엇을 먹어야 할 지
내 맘대로 상을 차릴 수 있을지...
그것조차도 걱정된다.
큰집 형수가 조카들 공부 가르쳐달란다.
이런 거 정말 싫다.
그 분 입장에서 그렇게 말하는 것이 이해가 안되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싫은 건 싫다.
어쨌든 이번 결혼식에 가면서, 다음주에 있을 엄마 생신때는 집에 안가기로 했다.
일종의 보상같은 거였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갔다.
속이 좋지 않다. 이젠 고기가 배에 들어가기만 하면, 속이 거북해지는 것 같다.
댓글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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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고생했네요, 정말.닫혀 있어서 깜짝 놀랐는데 돌아왔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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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고생이었겠네요-_-;생각만해도~
힘내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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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이 참 거북했겠어요. 상황이 참 무섭죠... 기린언어 두번째 워크샵에서 거북한 속을 풀어보는건 어때요?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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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블로그를 다 닫어놓고 어디갔다 왔에욧!! 뭔일인지 깜짝! 놀랐었쟎아요... 미워~(엄니생신날 안가셔도 되니 엄니께는 지송... 허지만 강화도 들놀이엔 가실 수 있게 됐군여^^ 거한님이랑 저랑 같이 출발하시는 거죠? 시간약속은 그 전에 문짜로 알려드립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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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고 // 고생이 좀 전에 아버지를 보내면서 끝났다는~샤♡ // 전날 먹은 막걸리도 고생에 한 몫 거들고 말았다는.ㅋㅋ 반가웠고, 재밌었어요~
아침 // 오오, 두번째 워크샵~~~ 랄랄라
리우스 // 같이 출발하는 거 맞아요~ 후후 문짜주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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