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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에게 편협했던 경험

  • 등록일
    2007/03/21 03:26
  • 수정일
    2007/03/21 03:26
레이님의 [우리는 왜 타인들에게 편협한가.]에 관련된 글. 자려고 해서 잠든 건 아니었는데 잠들었다가, (컴터 그냥 둔 채로...) 살짝 깨어나서 눈을 비비며 블로그를 돌아다니다가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글을 발견하고는 나도 한마디 써야겠다고 "쓰기"를 덜컥 클릭해버렸다. 생각해보니, "트랙백보내기"를 클릭했을지도 모른다는 거~


어제(20일) 명의가 나로 되어 있던 어떤 놈의 핸드폰때문에 전화를 한통 걸었다. 그것도 무려, 전화를 받을 그녀의 핸드폰에 걸었다. 나는 상담을 원했던 거였으나, 그녀는 오히려 내게 어떻게 할 것인지만 물어봤다. 그 답답함을 견디지 못하고, 나는 버럭 화를 냈다. 마지막에 나는 결국 그 이동통신사까지도 고발하겠다고 윽박질렀고, (사실 엄밀하게 말하면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일에서 고발의 대상은 맞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면, 업무방해죄로 나를 고발할 거라고 했다.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자기의 핸드폰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는 것도, 아니 핸드폰이 울리는 것 자체도, 싫어지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그 핸드폰도 처음에는 분명히 누군가의 전화를 받고 싶어서 장만했을테고, 이런 식의 분풀이를 듣고 싶었던 것도 아닐 것이다. 언제부턴가 사무실의 전화만으로는 일처리를 다 할 수가 없었을 것이다. 굳이 고객들에게 핸드폰 번호까지 알려주게 된 것은 그녀가 사무실에 있지 않은 시각, 즉 퇴근 후에도 상담업무를 하기 위한 것이었을 테다. 그렇게, 아무렇지도 않은 듯이, 그녀의 직장에서 부여하는 업무에 의해 그녀의 사적 영역은 침범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녀는 이런 방식으로 감정노동을 했을 것이다. 생각해보면, 이번 문제도 책임이 이동통신사에게 있지 그녀가 잘못인 게 아니었다. (이 문제에 대한 포스팅은 해결이 되는 대로 하든지 말든지...) 그녀는 이동통신사에 고용된 관계로, 최전방에서 방어전을 하고 있을 뿐이다. 어디 그녀만 그랬겠는가? 내가 부대에서 1년 넘게 키포너 역할을 할 때의 기억을 다 잊어버린 것처럼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화부터 내버린 나 자신을 보니, 씁쓸하다. 전화 받는 업무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고, 엄청난 스트레스를 가져온다는 것을 나의 경험으로 잘 알면서도, 그것이 타인의 경험으로 연결되지는 못하는 나의 편협함. 또 우리가 욕하고 있는 어떤 자들의 모습이, 내 모습과도 오버랩되는 이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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