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류없음 - 2011/12/14 11:02

연모   /   김병중

 

그대는 나의 산

저 산 속에 산이 숨어 있다.

산이 귀를 숨기고 입술을 숨기고

체온을 숨기고 이름을 숨기고

조용조용 산 속에 숨어 있다.

 

이제 산 속에 가면 산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 산의 옷을 입은 은유의 그림자들이

침묵의 수화를 더하고 있을 뿐

새들이 둥지에 울음을 틀고 숨어 앉아

산의 부드러운 속살을 부리로 찍어 대고 있다.

 

그대는 나의 강

저 강 속에 강이 숨어 있다.

강이 손금을 숨기고 볼우물을 숨기고

웃음을 숨기고 눈물을 숨기고

차랑차랑 강 속에 숨어 있다.

 

이제 강 가에 가면 강은 보이지 않고

저만치 강의 노래를 모창하던 익명의 그리움들이

낯선 물결로 다가오고 있을 뿐

가끔은 물여울 혈관 속에 해의 온기가 돌아

강의 몸 속에 사랑인자가 잉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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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12/14 11:02 2011/12/14 1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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