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얼마 전 서울지방노동청에 제가 활동보조인으로 근무했던 자립생활센터를 대상으로 임금체불 진정을 넣었습니다. 내용은 연차수당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는 1년에 80% 이상 출근한 근로자에게 15일의 유급휴가를 보장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휴가는커녕 연차수당은 받지도 못했습니다. 오히려 명절이었던 추석 때, 여러 명의 이용자를 활동보조 하던 중, 이용자의 질투(?)로 대상자로부터 활동보조제공을 거부당한 상황이었습니다.
노동청으로부터 출석요구를 받고, 센터 출석인과 함께 근로감독관 앞에 앉았습니다. 센터 입장에서도 할 말이 많았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책정한 수가로는 활동보조인에게 연차수당 까지 지불하게 되면 센터를 운영하기가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활동보조인과의 근로계약서에서야 사업주로 계약을 맺지만, 정말 자신들이 ‘사장’인지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합니다. 또 활동보조인은 특수한 직종이기 때문에 휴가를 보장할 수 없다고 말을 합니다.
하지만 근로감독관은 고용자와 근로자의 관계 문제를 검토하였습니다. 활동보조인은 노동자이기 때문에 근로기준법을 준수하여야 한다는 점과 그 고용자가 센터라는 점을 분명하게 했습니다. 센터 입장에서야 보건복지부가 만들어 놓은 틀 안에서 운영하겠지만, 보건복지부는 활동지원 ‘사업’을 운영할 주체를 모집한 것입니다. 통상 경영자라면 사업을 시작하기 전에 그 사업의 수익성을 파악합니다. 센터를 운영한다는 것은 그 사업에 수반되는 금전상의 문제들을 모두 책임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 과정이야 어찌되었건 보건복지부가 제시한 사업조건을 수긍하겠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근로감독관은 여기에 말을 더 붙입니다.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이 대체로 근로자의 권리에 대한 인식이 없다고 말을 합니다. 요양보호사나 간병인의 경우도 활동보조인과 비슷한 직종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보건복지부는 그러한 직종들에 관해서도 예산을 짤 때, 퇴직금이나 여러 수당 등의 근로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비용들은 책정하지 않고, 단순히 시간당 얼마씩 책정하여 예산을 짠다는 것입니다. 근로감독관은 센터 출석인에게 이러한 사안을 보건복지부에 문의하고 항의하길 권했습니다.
활동보조를 한다는 것 또한 사회적 편견과 싸우는 일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그 편견들 중에는 활동보조인을 봉사자로 보는 사회적 시선 못지않게, 노동자이긴 하지만 권리는 보장받지 못하는 ‘특수한 노동자’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습니다. 봉사자로 바라보는 시선은 그저 바라보고 말 뿐이지만, 특수고용직종사자로 바라보는 그 시선은 우리의 권리를 축소하는 시선이기 때문에 오히려 더욱더 격렬하게 싸워야 할 대상은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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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보조인연대 소식지 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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